[김동우 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국가(國家)란 무엇인가? 생물 유기체는 아니지만, 생명이 있는 사회 유기체다. 일정 주거 공간에서 유기적 조직과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지닌 생물이다. '통치조직을 가지고 일정한 영토에 정주하는 다수에 대해 최고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정치단체'다. 개인 욕구와 목표를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제도적 사회조직으로서의 포괄적 강제 단체이기도 하다. 영토, 국민, 주권이 국가 구성의 3요소다.

국가는 '나라 國'과 '집 家'의 합성어다. 우리 말로 '나라'다. '국'만으로도 '나라'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데 '家'는 왜 붙었는가? '집'이 모이면 '나라'가 된다는 의미에서일까? 일반적으로 국가는 정부나 통치자를 비롯한 정치인이, 나라는 권력을 정치인에게 위임한 평민이 선호한다. 왜 그럴까? 국가의 탄생지는 중국이다. 중국말로 '구어 지아(guo'jia)'다. 중국산이지만, 우리 교과서 등 각종 공식. 비공식 문서에 나라보다 국가라는 표현이 훨씬 많다. 나라 이름조차도 '국호(國號)'라 한다. 우리나라 국호는 '대한민국'이다. '국가'는 어디서 유래되었을까?

먼 옛날 중국의 통치 정치집단을 천하(天下), 國, 家로 구분했다. '천하'는 하늘로부터 덕을 인정받은 천자(天子)가 다스리는 영토다. 천자는 하늘의 대리청정(代理聽政)자로 왕의 왕, '황제'라 불렸다. 최고의 신인 하늘의 아들로 천하 만민을 지배할 수 있는 절대 권력 소유자다. 천자는 사람이 아닌 하늘이 정하는 시공간의 유일 존재다. 중국 하. 상. 주를 다스렸던 주권자가 천자다. 중국을 최초 통일한 진시황도 천자라 했다. 천자 통치에 평민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천자는 덕에 어긋나게 통치하지 않았고 하늘을 섬기듯 통치했다.

'천하'는 하늘 아래 모든 지역이다. 천자의 주권이 직접 미치기에 한계가 있다. 천자는 주권을 위임할 수밖에 없다. 직계 등 후손에게 지역을 떼어 주어 통치토록 했다. 공신(功臣)에게 통치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렇게 분봉(分封)된 영토가 '國'이다. '국'을 실제 다스리는 사람이 제후(諸侯) 혹은 국공(國公)이다. 제후는 '國'의 영토 내에서 주권을 행사하지만, 천자의 우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춘추 전국시대에 이르러 천자의 권력 약화와 함께 제후의 권력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제후들은 통치력을 키워 천자를 무시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제후들은 독자적 주권 확립 등으로 천자에서 독립했다. 어쨌건 '국'은 '천하'의 속방(屬邦)이며 하위 개념이다. 제후가 다스리는 '국'을 통합하면 천자가 지배하는 '천하'가 되는 셈이다.

'가'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가'는 경대부(卿大夫)가 다스리는 영토다. 제후가 천자의 피붙이 또는 공신이라면, 경대부는 천자나 제후의 피붙이가 아니다.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 제후를 모시는 벼슬아치다. 제후가 벼슬아치에게 맹세의 대가로 지배권을 부여한 일정 규모의 땅 채지(采地)나 식읍(食邑)이 '가'다. 경대부는 조세 징수권 등 제후로부터 '가'의 통치권을 보장받았다. '가'는 통치력 강화 등으로 별도의 '국'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계손(季孫), 숙손(叔孫), 맹손(孟孫) 등이 '가'에 속한다. '가'는 '국'의 하위 개념이며 규모는 '국'보다 작다.

제후는 천자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국'과 '국'의 정주인을 지배했다. 경대부는 제후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아 '가'와 '가'의 정주인을 다스렸다. 제후나 경대부는 '국'과 '가'의 유지에만 관심을 두었지, 평민의 안위는 별 관심이 없었다. 권력을 천자나 제후로부터 위임받았기 때문에 평민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평민은 어떤 항의나 반발할 수 없었다. 춘추 전국시대가 지나면서 '천하'가 유명무실했고 '가' 역시 약화했다. '국'이 '가'를 흡수하면서 '국가'라는 통치집단이 탄생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해서 '국가'는 태생적으로 막강한 절대 권력을 소유하게 된 거다.

지금의 통치자는 천자나 제후가 아닌 오로지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대리 행사하는 통치자다. 하지만 천자나 제후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착각해 실제 권력을 위임한 사람을 망각하기 일쑤였다. 그 결과 국가는 만신창이가 됐다. 대통령 잔혹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국가'는 강압, 절대적 권력의 유전자를 잉태하고 통치자는 부지불식간에 이 유전자를 전달받기 때문일까?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지금까지 그랬다. 이젠 아니다. 새로 선출된 통치자여! 천자나 제후처럼 국가를 독점적 권력으로 통치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통치 권력의 근원이 천자나 제후가 아닌 평민. 갑남을여임을 명심해라. 통치자는 권력의 채권자가 아니 채무자다. 권력이란 사용한 뒤 잘 돌려줘야 하는 고율의 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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