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은영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조선 18대 임금 현종 시절 대사헌을 지낸 장선징의 상소문에는 "서울 시내에 굶어 죽은 시체가 도로에 이어지고 있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다소 과격한 이 문장은 실제 1670년부터 2년간 휩쓸고 간 '경신 대기근'을 묘사한 글이다. '경신 대기근'은 갑작스러운 흉작과 병충해로 인한 곡물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 강력한 태풍의 접근,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의 유행 등으로 수도 한양을 비롯한 국토 전체에서 대량의 아사자와 병사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그 당시 조선의 인구가 1천만~1천500만명 정도라고 추정했을 때, 20만~85만명이 심한 기근과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듬해까지 지속되면서 행정이 마비될 정도의 국가적 위기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현정 개수 실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러한 국가적 위기가 도래한 것일까.

'경신 대기근'이 있던 17세기는 평균 기온이 1℃ 정도 떨어지는 소빙하기가 나타난 때였다. 한편으로는 고작 1℃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재난 대처능력이 부족했던 그 당시에는 이러한 자연적 재난요소가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회와 기술이 발전하는 현 시대에도 동일하다. 결국 기후 위기는 과거나 현재를 불문하고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평균 기온을 1.5℃ 이내로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 세기 중반까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21~2040년의 기간 중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걱정은 지구의 평균 기온이 1℃씩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미국과학원회보(PNAS)에 따르면 작물별로 밀은 6.0%, 쌀은 3.2%, 옥수수는 7.4%, 콩은 3.1%가 감소할 것 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6.7%에 불과하다. 이는 절반 이상의 식량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위 연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직면할지 모르는 전 지구적 식량 위기의 상황을 예방하는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위기를 막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인류가 이미 배출한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로 인해 상당 기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한 고민과 노력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불러올 농업의 변화를 직시하고, 첨단 농업기술 등을 동원한 다각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다.

지금의 농업은 논매고, 밭 가는 식의 원시 형태가 아니다. 이미 농업분야에는 생명공학,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봇 등의 첨단기술의 도입으로 효율적인 먹거리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농업을 통해 불필요한 투입재(에너지, 비료, 물등) 사용을 최소화하고, 자동화를 통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은영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이은영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스마트농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의 생산, 가공유통, 소비 등에 접목해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여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중 외부 환경의 영향 없이 최적의 생육환경조건을 도출하는 스마트팜은 기후변화 등에 따른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위기는 단지 나와 내 가족의 문제가 아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류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 정책 추진을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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