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에서 소나무작은도서관 개관식이 진행됐다. /박건영
지난 18일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에서 소나무작은도서관 개관식이 진행됐다. /박건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소나무작은도서관이 지난 18일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화재로 전소된 이후 3개월여만 이다.

이곳은 박혜진 소나무지역아동센터장이 사비를 들여 가정집을 도서관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공부방이자 놀이터이며 지역민들의 독서동아리 활동 등이 이어진 사랑방이기도 했다.

화재 이후 지역민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충북보건과학대 총학생회는 바자회를 열어 성금을 모았다. 청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활동하는 창업봉사동아리 안다미로도 동아리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보탰다. 이뿐 아니라 청주시새마을회, 충북시민재단 1004클럽 CEO포럼 등 작은도서관을 살리기 위한 시민들의 손길은 계속 이어졌다.

이런 도움의 손길 위에 작은도서관이 3개월만에 극적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은 역시 기업이었다.

한화 포레나 청주 매봉 공사현장 직원들이 회사차원에서 돕자고 시작한 제안은 대표이사인 최광호 부회장의 승인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화건설은 임직원이 모은 기금 5천만원과 회사기금 8천만원을 모아 소나무지역아동센터에서 250m 거리에 있는 건물 1층을 도서관으로 새단장시켰다.

이곳은 한화건설이 지난 2011년부터 지역사회에 도서관을 건립해주는 101번째 '포레나 도서관'으로 부활했다.

굳이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꺼내들지 않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행위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추구에 있다지만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선행의 선순환을 이끌어야 할 책무도 반드시 뒤따른다.

그간 언론에 수차례 보도됐던 오너일가의 일탈, 갑질, 탈세, 비자금 조성 등은 기업이미지 타격은 물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기업 손실로 직결됐다.

그렇기에 최근에 주목받는 개념이 ESG경영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만 골라서 투자하는 'ESG 투자'는 세계적인 추세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첫 공식행보를 통해 언급한 것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었다.

화마가 삼켜버린 누군가의 꿈과 희망 그리고 추억의 공간은 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아왔다.

최광호 한화건설 부회장은 소나무작은도서관의 재개관과 관련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설회사가 가장 잘하는 일이 '짓는 일' 이라며 "화마로 빼앗긴 꿈과 희망의 공간을 되찾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충북지역의 기업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함으로써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선행의 선순환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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