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공군 최정예를 양성하는 공군사관학교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기본적인 행정절차를 지키지 않은 탓에 '퇴학 처분 취소 등 소송'에서 거듭 패소하고 있다. 단순히 재판에서 진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간 징계절차에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줄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지난 2월 17일 성비위를 저지른 공사 생도 2명의 퇴학처분이 취소됐다. 재판부는 "공사가 군인사법 상 징계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선행 징계들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퇴학 처분도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공사가 징계나 퇴학 처분을 한 후 그 효력이 발생하려면 처분서를 당사자에게 교부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사는 미숙한 행정처리로 퇴학처분이 취소된 것을 인정하고 항소를 포기했다. 그리고 가해학생들에 대한 재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이런 배경 탓에 지난주 청주지법에서 열린 '징계처분무효확인' 행정소송의 결과가 주목된다. 20여 년 전 공사에서 퇴학당한 원고 A씨는 최근 자신에게도 징계처분서가 교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가혹행위 피해자임에도 퇴학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그는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과거 판례를 살펴보면 사관생도라는 신분 특수성을 고려, 학교 자체 징계를 우선시 하는 판결이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로 들어오며, 법체계에 따른 합리적인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A씨가 징계 무효를 위해 20여 년간 재판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A씨의 재판결과는 억울한 개인의 명예회복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 전 징계처분이 뒤집힐 경우 공사의 징계 처분 등이 부당하다고 느꼈던 사람들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사안에 따라 소송결과는 갈리겠지만, 공사로써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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