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 관련 자료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관련 자료사진.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46일 남았다. 통치 행위를 보면 아직도 4여 년 더 남은 듯하다. 대통령의 권력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하늘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고대 중국의 '천자'가 아니다. 거저 얻은 것이 아닌, 국민이 잠시 맡긴 권력에 불과하다. 

이제 그 권력을 서서히 내려놓아야 할 시기다. 이럼에도 문 대통령은 반환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청와대를 떠나는 날까지 권력, 특히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모습이다. 

인사(人事)는 '사람의 기회(人機)'와 '일이 되어가는 가장 중요한 기틀(事機)'이 축약된 의미다. 업무의 틀을 만들고 그 업무를 수행하도록 적당한 사람을 그 자리에 위치시키는 일이 인사다. 인사는 일의 추진과 성공을 위해 인사권자와 코드가 맞는 사람을 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사만사(人事萬事)라 했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으로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림을 이르는 말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5월 9일까지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인사권은 현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감사원 감사위원, 한국수력원자력 등 중요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대한 인사를 이미 단행했거나 임기 말까지 행사하겠다고 한다. 차기 정부와 인사를 협의하거나 차기 정부가 인사를 단행할 수 있도록 차기 정부가 강력히 요청하는 데도 말이다. 임기 말 알박기 인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문 정권의 통치력을 보면 그 납득에 부족함이 너무 많다.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방역 실패,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외교, 남북 관계, 원전 회귀 논란 등 사회구조의 부실을 초래했다. 문 정권은 국부를 증대한 것도 아니고, 국격을 높인 것은 더욱 아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이며 만방에 자랑할 만한 촛불 민심으로 태어난 현 정권에 대해 걸었던 기대가 사상누각인 상태다. 

이는 민주당이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차기 정부가 그리 예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석패에 대한 반발심이다. 이 같은 행태에 차기 정부의 부채질도 한몫한다. 승리감에 도취한 데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며 청와대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말이다. 국민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요구한 적이 없다. 

마치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고집부리기 대회를 보는 듯하다. 정권교체기에 신·구 갈등으로 이어져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 상호 인정, 배려, 양보가 시급하다. 갈 사람은 오는 사람을 먼저 나가 마중하고, 온 사람은 가는 사람을 문밖까지 나가 배웅하는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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