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능력에 관하여②

강의 시간에 아이들의 고민 상담을 해준 적이 있었다.

한 아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왜 제 자신이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들까요?"

많은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서, 자신은 쓰레기인 것 같다고 말한다.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주변 자기 또래 친척들 모두 공부를 잘하는데 자기만 돌연변이란다. 이는 사회의 중요 가치가 하나만으로 정해진 이유로 인한 것이다. 그 아이의 눈에는 공부만이 가치인 것이다.

이빨만이 능력인 것이다. 우물 밖에도 아름다운 별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개구리와 같다. 이 아이를 우물 밖으로 꺼내주고 싶었다. 분명 그 아이도 공부 말고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공부만이 가치인 세상에서 이 아이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이빨을 가진 자만이 우대받고, 그 외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 우리 사회, 우리 부모의 잘못이 크다. 이 아이에게는 이빨이 없더라도 뿔이나 날개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날 저녁 이 아이를 위한 시를 하나 적었다.

반딧불이에게 - 어느 상심한 젊은 청년에게

반딧불이야 태양과는 벗하지 말아라

태양은 낮에 살고 너는 별빛 가득한

달빛 포근한 밤에 살아라

별과 달이 없으면 더욱 좋으리

너는 어둠을 먹고 사는 작은 빛

세상 어두울수록 더 커지는 너의 마음

암흑 속에 피는 희망

어두워서 더 아름답게 빛나는 꽃

인간의 능력은 모두 다 반딧불이 정도일 것이다. 사람들이 바라는 가치가 한쪽에 치우치다 보니 아이들의 눈에는 그것만이 태양처럼 커 보일 것이다. 나와 상관없는 태양과 겨룰 필요는 없다. 누구나 태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가치는 창조하는 것이다. 어둠 속으로 용감하게 전진해보자. 자신이 얼마나 밝은 존재인가를 알 것이다. 하나의 태양만이 있는 사회, 다양성이 없는 사회는 얼마나 갑갑하고 재미없는 세상인가. 캄캄한 어둠일수록 반딧불이의 모습이 더욱 밝아짐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러한 곳으로 나아갈 용기를 갖기란 사실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한다. 다양한 가치가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모두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행을 할 것이다.

다음은 아메리카 인디언 추장의 말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신들은 어떤 사람을 따르고 같이 행동함으로써 자신들도 그와 같은 우월한 입장이 되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패거리를 만들고, 다른 패거리에 속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일이다. 인디언 창조 설화에서는 사람은 저마다 여행할 길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 다른 여행길에서 자기만이 가진 선물을 나눠 갖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설화는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말한다. 신은 각자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으며, 모든 존재가 다 특별하다고. 또한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특별한 선물이라고. 왜냐하면 사람마다 나눠 가질 특별한 어떤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부 형태가 원으로 되어 있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여를 하게 된 것도 이런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애틀 추장 외 저, 류시화 엮음,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더숲,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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