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봉길

엄태영 국회의원과 이상천 제천시장의 보이지 않는 끈끈한 우정이 차고 넘친다.

엄 의원은 '국민의 힘', 이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록 서로의 당은 다르지만 마음 씀씀이 만은 남다른 것 같다.

각자의 당원들로부터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들의 만남은 1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 의원이 제천시장을 역임했을때의 일이다.

당시 이 시장은 축제 팀장을 맡았었다.

엄 의원이 이 시장을 눈여겨 본 것은 다름 아닌 국제음악영화제의 기획을 맡고 부터다.

조그마한 시골에 굴지의 영화인들과 감독이 대거 몰려들면서 국제음악영화제 유치는 엄 의원에게는 치적이며 상상할 수 없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때부터 이들의 보이지 않는 우정이 싹트지 않았나 싶다.

곤경에 처할 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우정이라고 하듯 이 시장을 향한 엄 의원의 신뢰는 최근 발휘됐다.

지난 17일 때아닌 김정구씨의 '양심 선언'이 제천지역을 뒤흔들었다.

내용인즉 이렇다.

이 시장이 2018년 '더불어 민주당' 경선에서 김씨에게 선거관련 도움을 청하며 금품을 제공하고, 당선 후에도 수천만원의 금품과 3건의 사업권을 제공했다는 김씨의 양심선언 기자회견이었다.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 이런 사건이 발생되자 이 시장은 난감했을 것이다.

사실여부를 떠나 먼저 대책에 나선 것은 이경용 '더불어민주당' 제천·단양위원장이었다.

이 위원장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를 향한 근거 없는 음해가 또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적 의도와 배후를 의심하게 한다"며 정치공작 중단을 촉구했다.

이 시장을 위해 당 차원에서 감싸고 나선 것이다.

김씨의 배후로 의심받게 된 '국민의 힘' 또한 긴급 모드에 들어갔다.

6.1지방선거 출마예정인 '국민의 힘' 예비후보들은 지난 18일 긴급회동을 갖고 사건의 전말과 배후의 사실여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후 이 모든 상황을 엄태영 국회의원에 보고한다.

하지만 1시간 후 적극적인 지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 후보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기자회견을 하지말라"는 엄 의원의 호통에 예비후보들은 모두 할 말을 잊었다고 한다.

공천권에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엄 의원의 말 한마디에 그 누구도 대꾸조차 못한 채 쓴 웃음만 남긴 것이다.

민주당 후보를 위해 발빠른 행동을 취한 이경용 위원장의 대처.

마치 뒷배가 '국민의 힘'이라고 오해를 받는 상황에서 한 발 물러 선 엄 의원의 행동이 대조된다.

"왜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에 끼어드냐"는 것이 엄 의원의 생각이다.

이 말의 뜻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당원들은 공감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돈독한 우정을 보인 사건은 또 있다.

이영순 시의원이 지난해 10월 이상천 시장을 상대로 무리한 조경 사업을 지적했다.

그러자 이 시장의 부인이 이영순 의원에게 보복성이 내포된 문자를 보낸 바 있다.

이 때도 엄 의원의 중재로 공식적인 사과 조차 받지 못한 채 종결됐다는 후문이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예비후보들은 당선을 위해 모든 일을 포기 한 채 4년이상씩 당을 위해 충성했다.

이들이 있기에 지금의 엄 의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아주 작은 균열이 한순간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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