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

헐! 코로나 간이검사 키트에 선명한 두줄이 떴다. 잠시 시차를 두고 다른 회사 검사키트로 다시 검사해 보았다. 결과는 동일했다. 기분탓일까? 이상하게 두 줄을 본 순간부터 몸이 아픈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요며칠 나의 동선은 수도승처럼 단조로웠기 때문이다. 식사도 사무실에서 홀로 삼각김밥만 먹은 지 오래다. 모임에 갈 때는 검사키트를 가지고 가서 검사 후 참석자 모두 음성임을 확인하고 먹을 정도로 조심했다. 그날도 오후에 간이키트로 음성을 확인했던 터라 PCR검사로 나의 결백(?)을 밝히고 싶었다.

잠재적 확진자로서 서둘러 당일 만났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해서 사실을 알렸다. 그 중 몇몇은 코로나에 예민해서 며칠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회사에도 알려 행여 있을 수 있는 나의 부재를 준비하게 했다. 즉시 내 방을 외부와 차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이튿날 PCR검사를 받으러 집근처 보건소로 갔다. 이미 검사 대기자들이 보건소 주차장을 빙빙돌며 꽉 채우고 있었다. 기다리는데 검사한도가 찼으니 돌아가라고 한다. 상황을 친구들과 공유했다. 괜히 검사했다가 확진자로 낙인찍히지 말고 조용히 알아서 7일 격리후 출근하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규범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국가의 정책은 일단 따르는 것이 도리! 근처 병원에서 유료 PCR검사를 받았다.

판결선고를 기다리는 피고인의 마음으로 PCR결과를 기다렸다. 간이키트 결과의 신뢰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기사를 애써 찾으며(확증편향?) 실낯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곧 유죄(?)를 선고받았다. 굳이 죄명을 붙이자면 경과실에 의한 코로나 양성확진죄 정도가 되려나? 이로써 나는 제1급 법정전염병 감염자로 공인되어 7일간의 위리안치(圍籬安置)가 시작되었다.

공교롭게도 확진통보를 받음과 동시에 코로나 증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간이 검사 직후 몸이 아픈 듯한 느낌은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목이 칼칼하더니 몸살이 찾아왔다. 밤새 바이러스 수천마리가 몽둥이를 들고 온몸을 때리고 바늘로 뒤통수를 꼭꼭 찌르는 꿈을 꿨다. 자면서 깨어있고, 추운데 더운 신비로운 경험을 하였다.

이튿날 아침 문앞에 식사를 놓아두었다는 알림에 눈을 떴다. 올드보이 최민식이 군만두를 받아먹듯 모든 것을 단념하고 말없이 접시를 끌어다 홀로 밥먹는 것에 집중하였다. 수년간 휴가를 갖지 못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것 그냥 쉬자고 마음먹으니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과연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로구나!

격리기간 잡혀있던 재판은 다행히 연기되었다. 예약된 상담은 의뢰인의 양해를 얻어 다음으로 미뤘다. 수시로 걸려오는 자문들은 평소처럼 해결하였다. 회사에서 전화가 오지 않는 것을 보니 회사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사건들을 선임했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로펌운영의 전제조건은 대표변호사의 희생이라 생각했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속에서 '나를 따르라' 외치며 돌격하면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았다. 내가 오만했다. 내가 잠시 쉬어도 조직은 잘 운영되었다. 로펌 식구들은 대표의 부재까지 커버하며 각자의 몫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다.

육체가 격리되어 있는 동안 멈춘듯한 시간속에서 오히려 정신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다. 시간에 쫒겨사느라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점차 자가격리되는 친구들이 생겼다. 그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이야기 꽃이 핀다. 서로의 증상을 공유하거나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가격리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친구가 기운 차리라며 싱싱한 딸기를 보내왔다. 한 친구는 내가 평소 양갱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주소를 불러달라고 한다. 격리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고마운 마음을 전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자니 자유로운 이 시간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회복되면 당분간 슈퍼항체를 획득한다고 한다. 병들지 않는 몸으로 코로나를 넘나들며 주변에 마음을 나누는 코로나 시대 산타가 되어 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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