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의 한시적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목적이 아무리 정당해도 수단이 법과 상식에 어긋나면 국민 동의는커녕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지난 29일 지하철 3호선 경북궁역 회의실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만난 뒤 우리 요구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해 실망스럽지만 인수위의 시위 중단 요청을 받아들여 30일부터 지하철 운행 지연 행동을 벌이지 않겠다고 밝혔다.대신 인수위가 답변할 때까지 시위 방식을 바꿔 회원들이 하루에 한 명씩 지하철 삭발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해 말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벌였던 전장연은 지난 24일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면담과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이들은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장애인 전용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국비 지원 확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비 국비 지원 확대 등을 주장하며 지하철 3·4호선에서 닷새간 승하차 시위를 벌였다.이들 시위로 열차 운행이 지연돼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장연은 이날 인수위와 만남에서 '장애인 권리 민생4법 제개정' 등을 요구했다.이에 인수위는 "(전장연 요구 사항을)검토하고 소통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 중단을 요청했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전장연 시위 비난 발언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당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는 이 대표가 지난 25일부터 SNS와 공개 석상에서 잇따라 비판하면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이 대표는 "장애인 문제 등에 개입하면 손해를 본다"며 그동안 유연하게 대처한 정치권의 속설을 무시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지난 30일에도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전장연 측에서는 '20년을 기다렸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서울 지하철을 중지시키는 방법으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또 "장애인 단체가 아니라 일반 단체라고 해도 지하철을 막는 방법으로 투쟁하면 실정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장연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사과는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며 "저에게 '장애인 혐오'란 말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혐오라는 단어를 너무 가볍게 쓴다. 제 언행 중 장애인을 비하한 게 있느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기존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를 향한 국민의힘 당내 시선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정권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당내 분열을 부추기는 돌출 행동'이라는 비판과 '시민을 볼모로 한 지하철 투쟁은 불법'이라는 지지 입장이 맞서고 있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 시위를 바라보는 국민 시각도 찬반이 엇갈린다.지금은 악에 맞서는 독재정권이 아니다.이제는 시위도 명분이 우선돼야 한다,더 이상 시민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된다.국민들도 지난 행동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지 말자.전장연의 주장은 당연히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전장연은 지하철 시위를 전면 중단하고 국민 시선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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