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 청주 연고의 프로축구단 창단이 첫 단추를 꿰었다. 충북도의회에 이어 31일 청주시의회에서도 청주 연고 프로축구단 창단지원금 20억원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10여 년간 여러 차례 창단 시도가 좌초한 끝에 결실을 눈앞에 두게 됐다. 빠르면 오는 6월 연고 협약서, 재정지원 확인서, 사업계획 등 서류를 갖춰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가입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민들의 프로축구단 창단에 대한 염원이 컸던 만큼 창단소식은 반길만하다.

그러나 그동안의 창단 준비과정과 비교했을 때 이번 창단과정은 상식적이지 못했다. 충북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예년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이전에는 창단을 위한 공청회 등을 통해 창단 준비과정이 모두 오픈됐다. 이로 인한 찬·반 논쟁도 뜨거웠었다. 이번에는 뜬금없이 충북도가 지난달 25일 청주FC 창단 지원비 10억원이 담긴 2022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했다. 청주시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예산을 세웠으니 너희도 세워라하는 '뜬금포'를 맞은 셈이다. 논란의 대상이 될 만한 사안임에도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없었다.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처리임은 분명하다.

프로축구단 창단은 이제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하다. 창단 이후에 더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시설 인프라'다. 지난 2010년 이시종 지사는 선거공약에 따라 축구단 창단에 나섰지만 돌연 이듬해 3월 입장을 번복했다. 당시 재정여건과 시설인프라를 번복의 이유로 들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시설은 더욱 노후화됐다. 프로 경기는 수준 높은 경기력은 물론 관람객들이 편하고 즐겁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이 선제돼야 한다. 관람객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돼야한다. 팀만 있다고 시민들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충북도가 창단지원금을 선제적으로 세웠듯이 시설 인프라를 위해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하는 이유다.

재정 확보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67억원 운영자금 중 충북도와 청주시가 각각 20억원씩 40억원을 부담토록 계획돼 있다. 처음부터 지자체에 의존하겠다는 얄팍한 생각이다. 기업후원, 공모주 청약 등으로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뜬구름 잡기다. 프로축구단 성공 '키포인트'는 모기업의 재정부담 능력과 지역 기업들의 참여다. 이는 타 지자체 사례만 보더라도 확연하다.

창단지원금 통과에 앞서 청주시의회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졸속행정, 재정 확보 방안 불투명, 책임 소재 부재 우려 등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한 의원의 말처럼 5~10년 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긴 시간 여러 난제를 감수하며 어렵게 첫발을 뗀 만큼 이제부터라도 정확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문제점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한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공의 방향성을 찾는 것이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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