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사람은 살았을 때의 죗값을 죽어서 심판받는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사자에 이끌려 명부(冥府:저승)로 간다. 진광(秦廣) 대왕[죄의 유무 심판. 죄 없으면 天上]을 비롯해 10 대왕, 명부시왕(冥府十王)을 거쳐 가며 3년 동안 심판받는다. 형벌 종류는 선악의 업보에 따라 6계, 육도(六道:地獄, 餓鬼, 阿修羅, 畜生, 人間, 天上)다. 최종 판결자 오도전륜(五道轉輪:진광대왕이 이미 천상 행 여부를 판결, 天上을 제외해 '五道'전륜대왕이라 함) 대왕은 죗값으로 5도 중 1도를 판시한다. 피고는 혼(魂)이다.

사람이 죽으면 몸속에 있던 혼은 즉시 사체를 이탈한 뒤 장례 3일 동안 빈소에 머문다. 유족과 조문객은 두 번 절한다. 망인(亡人:매장/화장 전의 사망자)이 저승에서 가볍게 처벌받기를 빈다. '삼가 고인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이라 한다.

저승의 심판 일정에 극심한 체증이 걸렸다. 모조리 지체다. 혼에 대한 심판이 3년 안에 끝나야 하지만 그 이상 걸린다. 한국 동란 이후 처음이란다. 왜 그럴까? 사망자 폭증 때문이다. 그 원인은 전 인류에게 기총소사하고 있는 코로나19다.

코로나19 발생 후 2년이 넘었고 백신과 치료 약이 개발됐다. 변이 바이러스 발생 등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확산세나 사망자 증가에는 속수무책이다. 최근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300명을 오르내린다. 자연사나 병사, 사고사 등을 합치면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3일 장(葬)이 상례다. 혼이 3일 동안 빈소에 머무르는 사이 혼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다. 망인이나 상주의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5일, 7일장을 치르기도 하지만 드문 일이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 폭증으로 빈소를 차릴 장례식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라. 천신만고 끝에 장례식장을 잡더라도 더 큰 문제는 화장시설 사용이다. 화장이 일반화 추세인 데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의무적으로 화장해야 해 장례식장 체증은 화장시설 체증으로 이어진다. 두 곳 모두 대란이다. 전국 347개 장례식장과 60개 화장시설이 있다. 화장로 316기에서 하루 평균 1천44건의 화장이 가능하다. 지금의 사망자 안치와 화장에는 역부족이다. 장례식도 만원, 화장시설도 마찬가지다. 번거롭게도 6~7일 장이 다반사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사망자 폭증으로 저승 법정도 붐빌 수밖에 없다. 망인 상태가 3일을 넘다 보니 그 혼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다 저승에 늦게 도착한다. 3일 후 떠나야 하나 그러하지도 못하고, 저승으로 간다 한들 법정 대기실에서 심판도 장기간 기다려야 한다. 이래저래 유족도 힘들고 혼도 짜증이다. 명부시왕의 피로도 역시 하늘을 찌른다. 정확한 심판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천상'으로 갈 혼이 '지옥'으로 가면 어찌할거나? 산 자, 죽은 자 모두 언제 코로나19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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