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지선 청주시 아동보육과 주무관

2020년 10월 정부의 아동보호체계개편이 있었다. 정인이 사건으로 촉발된 의제는 기존의 아동보호체계를 공공의 영역으로 흡수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복지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게끔 변화를 꾀했다. 아동복지시설에서 15년간 일했던 나는 주변의 권유와 도전으로 신설된 아동보호전담요원에 응시하게 되었고 2020년 9월에 청주시 아동보호전담요원으로 임용 되었다.

먼저 아동보호전담요원을 소개하자면 업무의 큰 틀은 요보호 아동으로 대변되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을 상담하고, 필요시 아동복지시설에 입소시키며 입소 된 아동의 전반적인 양육상황점검, 사후관리 하는 것이다. 특히 외적 부분만큼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가 잘 성장 할 수 있도록 내적으로 살펴주는 것도 중요한 업무이다. 실제로 내가 관리 중인 아동들은 아동학대, 가정의 경제적인 이유, 부모님의 사고, 등 다양한 이유로 시설로 입소하게 되었고 아이들은 저마다 가진 슬픔도,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도 아이들답게 천차만별이었다. '십인십색'이라는 말처럼 닮은 아이는 있어도 같은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루는 주말 이른 아침에 시설에서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아이가 4층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시설에 입소한 지 6개월이 채 안 되는 아이에겐 다른 아이들과의 차이점도,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하는 상황도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뒤로 아이와 밤낮, 주말을 가리지 않고 소통하는 일이 많아졌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관리하는 아동이 많아서 한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도 없는 상황일 때는 지치고 힘들었다. 감정을 동력 삼아 일하는 감정노동자가 그렇듯이 메마른 감정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나에게 의지를 했던 것은 나를 통해서라도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임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후로 변화된 아이를 보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최고의 치료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 어느 시설에 방문하니 '시이모'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설 관계자가 아이들에게는 시청 공무원보다 시청 이모가 이해가 편해 소개한 것이 아이들에게 통용되는 모양이었다. 조금 더 젊은 시청 누나, 언니가 더 좋으련만 아무렴 어떨까? 아이들이 친근하게 말해주니 오히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 것 같아 고마움이 느껴졌다.

차지선 청주시 아동보육과 주무관
차지선 청주시 아동보육과 주무관

아동보호전담요원으로 근무한 지 이제 1년 반이 지났다. 체계를 잡아야 했던 고된 시간도, 아이들의 사건 사고로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담요원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훗날 지금의 아이들이 개천에서 용 나듯 성공하기보다는 지금의 상처를 치유해 평범한 가슴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이 있다면 그 방황의 시절에 이쁜'시이모'가 옆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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