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에 대해 말들이 많다.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회는 지난 1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관련 중간 보고 기자회견에서 공식 슬로건과 엠블럼을 발표했다.

취임 준비위는 이 자리에서 "취임식 슬로건은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엠블럼은 태극 문양과 전통매듭을 활용한 동심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동훈 취임식 총감독은 "엠블럼은 약속의 상징인 동심결을 활용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다짐과 약속의 의미를 담았다"며 "동심결은 '같은 마음으로 묶는다'는 의미로 과거 모든 갈등과 얽힌 것을 풀어내고 서로 다른 것을 이어주는 연결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커뮤니티가 "엠블럼 동심결 문양이 길일에 쓰이는 '생동심결'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염할 때 사용하는 '사동심결' 매듭"이라는 지적을 제기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엠블럼 논란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을 사동심결 매듭에서 따왔네요"라면서 "5월 10일 민주공화정 대한민국을 장례 치르겠다는 뜻인가 봅니다"라고 꼬집었다.SNS 등에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정말 어이없다' '억측이다'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전통매듭 전문가는 엠블럼 논란이 퍼지자 "취임식 엠블럼이 날개가 없는 사동심결 문양과 유사하다"고 확인했다.그는 "전통매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보면 취임식 엠블럼을 사동심결 매듭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동심결 매듭은 생동심결 매듭으로 양쪽 고리 2개와 네 귀퉁이 고리 4개 등 모두 6개의 고리로 이뤄진 반면 사동심결 매듭은 양쪽에만 고리가 있고 네 귀퉁이에 고리가 없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전통매듭 기법인 '동심결'은 '마음을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로 매듭을 둘러싼 날개가 있는 '생동심결', 날개가 없는 '사동심결'로 나뉜다.여기서 '생동심결'은 두 개의 고리를 만들고 맞죄어 네모 모양으로 엮은 매듭이며, 한마음으로 맺어지는 영원의 의미를 지녀 사주보, 보석함, 비녀함, 폐백보 등 길일에 쓰이는 물건을 싸는 데 쓰인다.반면 사동심결은 장례를 치를 때 죽은 사람의 몸이나 유품을 묶을 때 사용한다.

취임 준비위는 엠블럼 논란이 커지자 억측 주장이라는 입장에서 물러났다.취임 준비위는 12일 "디자인 시작 단계에서부터 '생동심결', '사동심결'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보다 포괄적인 개념인 '동심결' 원형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이어 "일각에서 취지와 의미를 과도하게 왜곡해 안타깝지만 축제의 장이 돼야 할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에 대한 억측을 해소하기 위해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취임식 엠블럼 논란은 디자인 교체로 일단락될 듯하다.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취임 준비위가 상징성을 앞세워 논란을 자초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사소한 일도 철저하게 따져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취임식 엠블럼 논란을 계기로 지금까지 행동을 뒤돌아 보고 취임식까지 더는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키워드

#한기현칼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