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탱탱하던 꽃망울이 비 그친 후 폭발했다. 산야는 꽃 물결로 일렁일렁하다.

세 번째 봄이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사태는 인간의 사고체계와 생활방식을 무너뜨리고 있다. 코로나 양성으로 일주일간 격리 중이다. 밥상이 친구고 TV가 친구다.

격리 전에 본 산수유는 꽃망울을 볼 때 더 좋다. 굉장한 에너지를 가지고 꽃을 터트리려고 하는 순간은 올망졸망 있던 어린 시절의 형제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꽃망울이 터질 때마다 '톡' '톡' 소리가 들릴 것 같다.

무심천에 벚꽃 핀 사진을 지인이 보내왔다. 봄볕에 활짝 핀 벚꽃. 어두운 밤 흐드러진 꽃나무 아래에 서면 나무의 궤적이 보이는 듯하다. 마스크 쓰기 전에는 밤에 꽃을 보러 많이들 모였었다. 요즘은 차를 타고 천천히 지나가면서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하니 아쉽다. 그래도 지친 사람들이 봄꽃에서 위안을 찾는다.

예전에는 봄꽃 피는 순서가 있었다. 생강나무, 산수유, 목련, 개나리가 피고 지면 진달래, 살구, 벚꽃이 바통을 이어받고 명자나무, 조팝나무 철쭉이 피고 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봄꽃이 한순간에 팝콘 튀겨지듯 피고 진다.

벚꽃만 해도 무심천 벚꽃이 지면 우암산 순회도로, 약수터에서 상당산성 올라가는 옛길, 상당산성 꽃이 순서대로 피어 오래도록 즐겼는데, 요즘은 한꺼번에 핀다.

벚나무 아래 오래 서성이며 낮이고 밤이고 향에 취해보고 싶은데, 격리 중이니 꼼짝할 수가 없다. 흐드러지게 핀 꽃까지 그리움만 더 돋운다. 이제 간혹 부는 바람결에 꽃잎이 난 분분 떨어지리라. 벚꽃 아래 서면 마음도 난분분하겠지. 바람에 낙화하는 모습은 벚나무가 꽃비를 흩뿌리는 거 같다.

어떤 꽃은 피는데 어떤 꽃은 진다. 화르르 핀 꽃 속에서 이제 막 벙글기 시작하는 몽우리도 있다. 그러나 아직 피어난 꽃이 많으니 봄은 계속 진행 중. 꽃을 수시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4월이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나무에 물기 오르고 잎이 난다는 잎새 달이다. 이제 노란 개나리꽃 지고 여린 새잎이 무심천 둑에 투서하듯 초록 문장을 파릇파릇 새기겠지. 봄꽃은 여리지만, 잎을 내밀 때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힘으로 땅을 뚫고 나온다. 여린 꽃대지만 강한 힘이 있다.

아프던 목이 덜 아프다. 콧물과 기침도 잦아들었다. 혼자만의 격리된 시간, 꽃으로 위안을 준 SNS 친구들이 고맙다. 코로나 얼른 사라지고 봄꽃 만발하듯 우리네 인생도 활짝 피었으면 싶다.

따뜻한 볕 받으며 봄 마중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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