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같이 구수하고 푸근한 세상 꿈꾸죠"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1년 후면 살던 곳을 떠나 바다로 내려간다. 또 다 자란 후에는 알을 낳기 위해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연어의 회귀(回歸) 본능을 두고, 이준석 당대표는 과거에 자신을 연어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번 충북지사 선거에도 '연어'가 있다. 바로 수도권에서 거물 정치인이 돼 고향에 돌아온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다. 중부매일이 김 전 장관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이 짜장면 한 그릇은 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담긴, 제게는 그런 특별한 음식입니다."

지난 16일 저녁, 청주 흥덕구 신봉동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김영환(66·국민의힘)충북지사 예비후보를 만났다.

괴산 청천면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난 김 예비후보는 저녁 메뉴 선정에 있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짜장면을 골랐다. 그는 숟가락으로 짜장면 국물까지 남김없이 퍼먹으면서 연신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중국인들이 운영하던 음식점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요리를 배우신 아버지는 괴산에서 조그마한 중국집을 하나 내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5살 때 청주에서 괴산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냐고 묻자, 김 예비후보는 '생활력이 대단히 강한 분'이라고 답했다.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음에도 아버지는 모든 것을 묵묵히 버티며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형제들 중에 장남인 저를 가장 예뻐하셨어요. 여름이면 하루종일 내천에서 멱을 감다 해가 뉘엿뉘엿 할 때 가게에 돌아가면 아버지가 짜장면 한 그릇을 내주셨어요. 그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이따금 짜장면을 만들어 주시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해보곤 합니다."

이후 김 예비후보는 청주고에 진학, 하숙을 하면서 청주 유학생활을 하다가 73학번으로 연세대학교 치의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천주교 학생회에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치과의사가 되기 직전인 5학년(본과 3학년)에는 수감되기까지 했다.

열심히 민주화 운동을 했던 그는 지난해 민주화 유공자 자격을 반납했다. 민주화 유공자의 자녀까지 교육·취업·의료 지원하는 민주유공자예우법 발의를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혜택을 누리려고 학생 운동한 것도 아닌데, 자녀까지 특혜를 받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법안이 발의되고 나니, 국민들께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결국 해당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철회됐다.

]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몇 개월 후, 김 예비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선 캠프에 합류했다.

"작년 7월에 윤석열 당선인에게 밥 먹자고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자주 만났다 정도는 아니지만, 제가 본 '인간 윤석열'은 사람을 좋아하고 소탈했습니다. 또 남자답고 솔직하면서 소통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김 예비후보는 과연 윤 당선인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충북지사 출마와 관해서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 있었다고 한다. 그가 보여준 핸드폰에는 그가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청 특히 고향 다녀오시지요' 라고 조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의 충청 사랑과 윤 당선인에게 받는 깊은 신뢰가 느껴졌다.

그는 고교 후배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막역한데, 이것이 당내 경쟁에서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본선에서 노영민 후보를 상대로 제대로 된 선거를 하지 못할 '필패 카드'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다.

"노영민 전 실장은 우리 지역의 탁월한 인물이면서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지금 이 시대가 원하는 사람은 접니다. 인신공격은 안할테지만, 선거와 정책에 있어서는 아주 화끈하게 한 판 붙을 겁니다."

이밖에도 김 예비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더 있다. 지난 2001년에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지만, 터치 폰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20년도 더 된 일이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장관 퇴임 후에도 골동품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 업그레이드 해왔습니다. 저는 치과의사이면서 전기기술자이고, 1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일 정도로 영상에도 밝습니다. 또 책 집필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현역 의원의 경선 개입에 대한 이야기도 물었다. 김 예비후보는 이종배·박덕흠·엄태영 의원의 충북지사 경선 참여 권유를 받았었다.

"그 세 분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그분들이 제 운명을 바꾸셨습니다. 훗날 제가 훌륭한 도지사가 된다면, 그분들이 충북의 미래를 바꾸신 겁니다."

과연 김 예비후보가 훌륭한 도지사가 될 수 있을지, 그에게 '1번 공약'을 물었다. 그는 오송에 KAIST 바이오메디컬 캠퍼스 유치와 AI 특성화고 설립을 꼽았다.

"단순 캠퍼스를 넘어 병원, 학교, 연구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의료단지를 구축하겠습니다. IT 기술로 의학에 접근해 디지털 헬스, 메디컬 사이언스 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오송은 동북아시아 전체에서 의료 관광하러 오는 의과학의 메카가 될 것입니다. 또 제가 치약까지 개발했던 치과의사이다 보니, 누구보다도 제가 제일 잘할 수 있습니다."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짜장면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만약 이번 선거에 당선된다면 취임 첫 날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은지 물었다.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가능하다면 괴산 청천의 산막에 가서 좀 자고 싶습니다. 여유롭게 시골길 산책도 하고, 꾸준히 농사짓는 상추밭도 가꿔야겠습니다. 어제도 다녀왔는데, 많이 변했어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을 때의 반가움과 설램은 어디 안 가더라구요, 허허."

잠깐이지만 고향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들뜬 김 예비후보의 모습을 보며 전국의 지자체 공무원들이 배우러 오는 충북도를 만들겠다는 그의 당찬 포부가 현실이 되길 바랐다.

 

■김영환 프로필

▷1955년 청주 출생
▷괴산 청천국민학교, 괴산 청천중, 청주고, 연세대 치의학과 졸업, 연세대 경제학 석사
▷제15~16, 18~19대 경기 안산갑·안산상록을 국회의원,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역임
▷제21대 과학기술부 장관 역임
▷現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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