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넘어서 술집 처음"… 코로나 학번들 불야성 만끽

18일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술집 거리의 한 주점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김명년
18일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술집 거리의 한 주점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밤 12시 넘어서 술집에 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에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한 첫날인 18일 오후 11시 40분께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 인근 번화가 술집에서 만난 새내기 대학생들의 표정에는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대학생 김 모(20)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처음은 동기들과 꼭 와보고 싶었어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이들 모두 흔히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2학번 신입생들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설움을 쏟아내듯 한마음으로 모였다.

이날 청주의 번화가는 생기를 어느정도 되찾은 모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만큼은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그동안 자정이 넘어가면 어두웠던 거리와는 딴 판이었다.

자정이 넘어서도 영업중임을 알리는 유흥시설 간판들의 네온사인과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술집 몇몇 곳은 늦은 시간임에도 만석을 이뤘고 가게 앞에서는 2차, 3차를 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 중 아직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지 않았음에도 맨얼굴로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도 더러 목격됐다.

19일 밤 12시 충북대학교 중문 거리의 한 주점에서 스무살 대학생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김명년
19일 밤 12시 충북대학교 중문 거리의 한 주점에서 스무살 대학생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김명년

번화가에 활기가 다시 돌기 시작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얼굴도 밝았다. 술집을 운영하는 김진현(53)씨는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정도에 손님이 온만큼 온 것 같다"이라며 "너무 바빠서 정신은 없지만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앞으로도 기대가 더욱 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새로 근무하게 됐다는 직원은 밀려드는 손님을 맞이하느랴 정신없이 분주해보였다.

술집 주변 노래방도 술을 마시고 찾은 손님들로 발길이 늘었다. 노래방 업주 박 모씨는 "한참 장사가 잘되던 2~3년 전 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2차로 오는 사람들은 다소 증가한 편"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길었던만큼 그 흔적들도 번화가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핫플(핫플레이스) 사이 곳곳에는 창 밖에 '임대'라는 팻말을 내건 어두컴컴한 가게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코로나19 이전에 발길이 끊기질 않던 가게들조차도 여러 비어있었다.

자정이 되기도 전에 영업을 마감하는 가게들도 있었다. 가게 내부를 청소하던 A(33)씨는 "손님이 늘긴 늘었으나 기대한 만큼은 아니다"라며 "이번주는 대학교 시험기간이고 하니 그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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