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큰한 국물, 중국 대사 시절 정말 그리웠죠"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격무에 시달려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나 뽑았다고 한다. 대통령 비서실이 권력의 핵심이라고는 하나, 국정 운영에 대한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 그리고 살인적인 업무량을 단번에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대통령 비서실의 수장, 소위 '권력의 2인자'라 불리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충북 발전을 위해 나섰다. 중부매일이 노 전 실장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제가 중국에 있을 적에 이 곱창전골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요."

지난 22일 점심, 청주 흥덕구 복대동의 한 음식점에서 노영민(64·더불어민주당)충북지사 예비후보를 만났다.

노 예비후보가 지난 2017년 10월부터 1년 3개월 동안 주 중국 대사를 지내는 동안 기름지고 향신료가 강한 중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살도 많이 빠질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바지락 칼국수, 감자탕, 보리굴비 등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그 중에서도 곱창전골이 가장 먹고 싶어 말 그대로 '혼났다'고 한다.

"저도 어쩔 수 없는 토종 한국인인가 봅니다. 베이징의 한국 음식점에서 먹으면 이런 맛이 안 나더라구요. 그래서 작년에 청주 내려오자마자 곱창전골부터 찾았습니다."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실제로 지난해 3월 노 예비후보가 청와대를 떠나 야인이 되자마자 박문희 충북도의장을 비롯한 도의원 몇 명과 청주에서 곱창전골을 먹은 일화는 언론에서 보도될 정도로 유명하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주 중국 대사에 임명됐던 그는 당시 어떤 생각으로 베이징에 갔을까. 두보의 시를 강의할 정도로 평소 중국에 대한 조예가 깊은 그이지만, 당시 한중 관계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당장 급한 문제는 사드 합의와 한중 정상회담이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양국의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도 한중 관계는 한 걸음도 나아지지 못했을 겁니다."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노 예비후보의 외교력이 빛을 발해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중국과 70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연장했다.

이처럼 주중 대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그는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청와대에 입성한다. 그가 청와대에 있을 당시, 충북은 굵직굵직한 국가 공모 사업을 여럿 유치했다. 대표적인 것이 전남과 경쟁했던 오창의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이다.

"서울에 있을 때 충청도 사람 같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충청도 사람은 다 양반인 줄로만 알았는데, 제가 화를 내면 무섭다는 거예요. 충북인들이 아무리 점잖아도 지역 발전에 있어 결정적인 사항은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죠."

말을 듣고도, 식사 내내 점잖고 부드러은 모습만을 보인 노 예비후보가 화를 내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그가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후,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해 부동산 문제 등이 자주 언급됐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중앙당의 반대에 부딪혀 출마를 접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었다. 그러나 그는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30명이 넘는 전국의 시·도지사 후보들 중에서 공천 심사 최고점을 받으며 지난 18일 단수공천을 받았다.

"곽상언 변호사가 충북지사 출마 준비를 했었지만, 분열 대신 통합의 정치를 택한 그의 절절한 진심을 믿습니다. 충북지사 선거 승리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노 예비후보와 만났던 날이 김영환(66·국민의힘)충북지사 예비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공천권을 거머쥔 바로 다음 날이기에, 이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둘은 청주고·연세대 선후배이면서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한 막역한 사이로 유명하다.

"꿈에서조차 생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의식하기 보다는 제가 해야 할 일에 충실할 겁니다. 충북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사랑하고, 방향성을 가장 잘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접니다. 이번 선거는 얼마나 진실하고 성실하게 지역 발전 방안을 도민들에게 설명하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노 예비후보가 충북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뭘까. 그에게 '1번 공약'을 물었다.

"분단, 환경, 경제 등이 다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지만, 우리나라의 국가 1호 위기는 '저출생'입니다. 충북의 저출생을 반드시 임기 내에 상승 모멘텀으로 바꾸겠습니다. 신생아에게 5년간 매달 70만원의 보육 수당을 지급해 성인이 될 때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지겠습니다. 무상 교육, 무상 급식처럼 무상 보육이 필요합니다."

밥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만약 충북지사에 당선된다면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은지 물었다.

"도청 카페에서 파는 커피가 그렇게 향이 좋다는데, 거기서 커피를 한 잔 사서 실·국장들이랑 나눠 마시겠습니다. 아 그러려면 커피를 여러 잔 사야겠네요, 허허. 다같이 커피 마시면서 도청 여기저기를 산책하다가, 집무실에 앉아서 단임 지사로 일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첫 업무에 임하겠습니다."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김명년

인터뷰 내내 앞으로 4년간 충북이 나아갈 방향을 신나게 설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도민의 비서를 자처하고 나선 그의 다짐이 현실화되길 바랐다.


 

노영민 프로필

▷1957년 청주 출생
▷청주 석교초, 청주 주성중, 청주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제17~19대 국회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역임
▷제12대 주 중화인민공화국 특명전권대사, 제36대 대통령 비서실장 역임
▷現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지사 단수공천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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