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줄다리기하다 무산 '제2 세종캠퍼스' 사태 우려

2011년 2월 15일 KAIST와 행복도시건설청 간 MOU 체결식. /행복청 제공
2011년 2월 15일 KAIST와 행복도시건설청 간 MOU 체결식. /행복청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추진 중인 지역캠퍼스 유치 사업이 충북과 세종을 중심으로 논란이다. 카이스트는 당초 세종 공동캠퍼스에 융합의과학원 등을 건립키로 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MOU, MOA를 체결했다. 그러나 최근 충북 오송으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문패도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으로 바꿨다. 충북에서는 충북대를 중심으로 '눈 앞 성과에만 급급한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중부매일은 KAIST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 조성사업 추진 배경과 문제점 등을 총 5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KAIST는 지난달 22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충북도, 청주시와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이하 오송캠퍼스)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내 약 1.1㎢ 부지(약 33만평 규모)에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특화한 대학(원)과 병원, 연구소, 창업시설과 상업시설 및 공원 등을 연계한 KAIST 오송캠퍼스타운을 조성하고, 부지는 충북도와 청주시가 LH로부터 매입해 무상 양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축은 국가 정책 반영을 통한 국비확보 및 복합 개발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KAIST가 이미 2008년 세종시에 캠퍼스를 설립키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2011년 2월 15일 부지 위치와 규모, 대학설립 시기 등 변화된 환경에 맞춰 행복도시건설청,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새로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또 다시 2018년 5월 18일 융합의과학원 세종 공동캠퍼스 입주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잇달아 체결했다는 점이다.

KAIST는 2011년 MOU에서 세종시 예정지역 내 161만㎡에 대학을 짓고 2015년에 학교 일부를 개교해 생명과학대학, 연구시설, 과학기술전략정책대학원 등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5월 18일 체결한 융합의과학원 협약식. /행복청 제공
2018년 5월 18일 체결한 융합의과학원 협약식. /행복청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 등 이런저런 부침을 겪어오다 2018년 MOA를 통해 세종에 융합의과학원을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신성철 KAIST 총장과 이원재 행복청장은 KAIST에서 '융합의과학원의 행복도시 공동캠퍼스 입주를 위한 MOA'를 체결한 뒤 "양 기관이 그동안 행복도시 입주에 관해 상호 노력하는 내용으로 체결한 MOU를 내용적으로 발전시켜 융합의과학원' 설립 계획과 양 기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책임과 구속력'을 갖는 최초의 합의각서(MOA)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체결한 MOA에서 KAIST는 "관계부처 협의 및 이사회 승인 등 '융합의과학원' 설립을 위한 절차에 곧바로 착수하고 2019년까지 공동캠퍼스 입주를 위한 법적 절차를 완료하며, 2021년부터 교수 50여 명, 학생 500여 명 규모의 대학원 과정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행복청은 "'융합의과학원'의 공동캠퍼스 입주 승인 후, '융합의과학원'의 설립계획이 공동캠퍼스 규모 및 설계에 반영되도록 지원한다"며 "'융합의과학원'의 세종 공동캠퍼스 최초 입주 확정을 계기로, 공동캠퍼스 조성과 국내외 우수대학 유치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서로를 축하했다.

하지만 KAIST가 2차례의 양해각서와 책임과 구속력'을 갖는 MOA를 체결하고도 이들 각서를 한순간에 종잇조각으로 만들고, 충북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국가행정기관과 교육기관이 맺은 각서마저도 물거품을 만드는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2008년 KAIST가 세종캠퍼스를 설립하기로 MOU를 체결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14년여 동안 줄기차게 협상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일순간에 세종시를 패싱(passing)하고 충북으로 급선회한 배경에 대해 의문의 눈초리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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