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빠 찬스는 부모[아빠]와 찬스(Chance)가 합쳐진 신조어다. 자녀가 부모의 사회적 신분, 경제적 부, 정치적 권력을 기회 삼아 이득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무임승차이며 공정하지 못한 용어다. 아빠 찬스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선거나 내각 인선 때 실에 바늘 가듯 정치사를 장식했다. 요즘 다시 세간의 관심사와 뜨거운 논란이다.

현 정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빠 찬스의 대표 격이 됐다. 대학교수를 기회로 딸이 의전원에 입학했다는 입시 비리가 불거졌다. 조국은 장관 임명장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채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딸은 대학과 의전원 졸업 취소와 의사면허 박탈 위기에 처했다.

아빠 찬스는 이번 대선에 영향을 줬다. 조국과 한바탕 전쟁을 벌였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아빠 찬스의 논란 사태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빠 찬스의 고리단절을 위해 내건 '공정과 상식'이 국민에게 통했다. 사회적 신분, 경제적 부, 정치적 권력이 미천한 국민은 아빠 찬스를 누릴 수 없다는 것에 한이 서렸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일 수 없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 내각 후보자 인선에서 공정과 상식을 무색하게 했다. 아빠 찬스가 불거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정호영을 인선했다. 아들과 딸을 재직 의과대학 입시 비리에 아빠 찬스를 이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역시 자녀의 논문 공저자 논란이 불거져 있다. 행안부 장관 후보자 이상민도 자녀의 취업과 스펙 쌓기로 아빠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벼른다.

아빠 찬스는 사회적 불평등을 세습화한다. 부모 능력이 자녀의 사회, 경제, 정치적 지위 결정에 큰 역할을 한다. 사실 개인 능력은 지능과 노력의 합이다. 여기에 불공정하게 부모의 지위가 부가된다. 이른바 능력주의(Meritocracy)다. 능력이 지배하는 사회를 일컫는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같지만, 능력이 본인보다 부모에 좌우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애초에 끝났음을 의미한다.

아빠 찬스 사회는 기득권층과 세습 엘리트들만 올라가는 출세의 사다리가 튼튼하다. 아빠 찬스가 없는 사람의 사회이동을 위한 사다리는 발판 곳곳이 썩어있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판치며 능력은 계급이 되고 계급은 세습된다,

지난 2016년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한마디가 아빠 찬스를 대변하며 국민의 공분을 샀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공정과 비상식의 아빠 찬스가 사라지길 국민은 바라고 있음을 윤석열 당선인은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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