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AIST 정문.
KAIST 정문.

충북도와 KAIST가 추진 중인 ' KAIST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에 대한 반발기류가 거세지고 있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충북도는 지역 100년 먹거리 해결을 위한 핵심사업이라고 강조하지만, 세종시에서 돌연 충북 오송으로 선회한 것도 석연치 않은 데다, KAIST에 수천억 원의 세금을 들여 부지매입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 지역 대학과 의료계 등 지역사회와 협의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이 사업은 KAIST의 바이오융합 신설학과를 유치하고 관련 연구시설을 만드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내 33만평 규모의 땅에 의학전문대학원과 1천100병상 규모의 병원 등을 만드는 것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충북대병원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84만 도시에 대형병원을 또 짓는다는 게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지역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사업이라는 손가락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KAIST가 의전원과 병원을 짓기 위해 충북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지역 의료생태계를 파괴하려는 KAIST의 꿍꿍이가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도와 청주시가 'KAIST, 의전원, 종합병원'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로 도민들을 현혹시키는 게 아니냐는 쓴 소리가 공연히 나오는 게 아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수반되는 KAIST 오송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선거를 앞두고 애드벌룬부터 띄운 것 아니냐는 일갈이 나오는 것도 괜스레 나오는 허풍선이 아니다.

지역에서 묵묵히 의료 활동을 하고 있는 상당수 의사들이 의과학 분야 연구가 아닌 임상의로 활동하는 까닭은 의전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들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의료계의 현실을 외면한 채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탁상공론으로 젊은 의사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조성하는 세종 공동캠퍼스에 융합의과학원 등을 건립키로 하고, 2차례의 양해각서(MOU)와 1차례의 MOA(합의각서)를 체결하고도 별안간 세종에서 오송으로 행선지를 바꾸고, 융합의과학원에서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으로 문패까지 바꿔 단 KAIST의 저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어봐야 한다는 지적을 귀 기울여 들여야 한다. 행복청과 MOU를 맺은 뒤 그보다 더 큰 책임과 구속력을 갖는 MOA까지 한낱 쓸모없는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급작스레 충북도와 MOU를 체결한 KAIST의 변신술이 너무도 놀랍기에 하는 말이다. KAIST의 지나친 욕심과 교육기관의 이념마저 헌신짝처럼 차버린 장삿속이 이러한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귓등으로 듣다가는 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기에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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