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정권 교체가 10여 일 남은 가운데 여야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놓고 한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치킨게임은 차량 두 대가 마주보며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한 쪽이 방향을 틀지 않으면 둘 다 자멸하는 게임을 말한다.1950∼70년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군비 경쟁을 꼬집는 국제정치학 용어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정치, 국제 외교, 노사 협상 등에서 서로 상대의 양보를 요구하다가 결국 파국으로 끝나는 상황을 비유할 때 쓴다.

최근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검수완박 법안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서 부패, 경제, 고위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 참사 등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삭제하고 경찰이나 곧 출범할 한국형 FBI인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는 검찰 개혁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이 법안은 지난 22일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6대 범죄 중 부패와 경제 분야만 한시적으로 남긴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윤석열 당선인 측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같은 날 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존중한다고 밝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의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다음 날 "2020년 개정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도 서민 보호와 부정부패 대응에 부작용과 허점이 드러났다"는 우려 표명에 이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까지 "최고회의에서 중재안을 국민 입장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국민의힘은 여기에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이 지난 25일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을 친다)"이라는 후보 시절 입장을 재확인하자 민주당에 중재안에 대해 재논의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를 어길 시 원안대로 강행 처리하겠다고 경고해 결국 입법 과정에서 맞붙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서로 충돌한 데 이어 오는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는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는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수완박 법안의 직접 당사지안 검찰의 반대는 국민의힘보다 더 거세다.법무부 검찰국과 대검찰청은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중대범죄 수사에 공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서울 중앙지검과 동부지검 등 일선 지검도 집단 행동에 나섰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지난 26일 검찰 30명, 검찰수사관 130여 명 등 전 직원 명의 입장문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찰 개혁안은 부패세력에 대한 대응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그 피해는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검수완박 법안이 국민의힘과 검찰 반대를 누르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검수완박 법안이 국민 생활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국민에게는 단지 수사권이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갔을 뿐이다.정치인들과 검찰은 이 법의 찬반을 놓고 더 이상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들먹이지 말아야 한다.

키워드

#한기현칼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