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정부부처·여당 의정합의문 무력화하는 일방통행식 사업… 험로 예상

[중부매일나인문 기자]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충북도와 청주시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아 오송에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이하 오송캠퍼스)을 조성하는 것은 의사협회·정부부처·여당이 맺은 '의정합의문'마저 무력화하는 초법적인 행정이라는 점에서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2020년 9월4일 작성한 의정합의문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2020년 9월4일 작성한 의정합의문

특히 공공의대 설립이나 대형병원 건립을 위해서는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하고, 충북대병원 등 의료계의 폭넓은 이해, 의료서비스 불균형에 시달리는 도내 북부권과 남부권 등 여타 지역 도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일이 선행돼야 하지만 그 흔한 공청회조차 열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추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게다가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사업을 추진하면서 163만 도민은커녕 도민들을 위해 묵묵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충북지역 의료계는 물론, 국가와 자치단체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한 지역 소재 대학과 어떠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극심한 대립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충북도는 오송캠퍼스 조성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 토지 비용을 마련하고, 국가 정책 반영을 통한 국비 확보로 건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그 또한 지역 대학과의 형평성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KAIST에 대한 맹목적인 지원으로 정작 예산집행이 우선돼야 할 곳이 뒷전에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팽배하다.

충북도는 지난 1월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으로 지자체에서 KAIST에 부지 등 공유재산을 양여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주장이지만, 충북 도내 대학의 상당수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그러한 주장은 KAIST만을 염두에 둔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방채를 발행해 LH로부터 땅을 매입한 뒤 KAIST에 무상으로 양여하고, 청주시와 10년간 상환한다면 큰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도와 시의 재정형편이 KAIST에 '몰방(沒放)'할 만큼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중론이다.

충북도는 또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관련 업계와 협의를 통해 상생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럴 의향이 있었다면 진작에 공청회·설명회·세미나 등 사전에 도민의 함의(含意)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했는데, 지금껏 어떠한 절차도 밟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또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충북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등 관련 학계가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일각에서는 극한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충북도가 오송캠퍼스 조성사업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충북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에 포함되도록 화력을 집중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먼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 뒤에 추진토록 했어야 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도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한 의전원 설립이나 공공병원 건립은 대한의사협회, 국회 등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며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존폐 위기에 몰린 대학들이 너나없이 의전원 설립 등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대학과 지역 간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인가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들 관계자는 또 "의전원이나 공공병원 설립을 위해서는 인근 대형병원과의 거리, 대학의 교육과정, 지역의 의료환경 등 검토해야 할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면서 "무엇보다 전국 17개 시·도의 의료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이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충북도의 오송캠퍼스 조성 방침에 대해) 뭐라 단언하기에는 때이른 감이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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