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혜슬 청주시 복대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사회적 이슈는 아동 학대이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의 대부분은 가족이다. 아동 학대의 가해자 중 80% 이상이 부모라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사회적 이슈가 되는 학대인 노인 학대는 어떨까? 노인 학대 또한 가해자 대부분이 가족이다. 노인 학대의 가해자 70% 이상은 자녀라고 한다. 어쩌다 가장 가깝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가족이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일까?

아동 학대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벌어진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겨 가정폭력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가족 내부의 문제인 빈곤, 실업, 알코올 혹은 약물 중독에 의한 폭력을 행하는 경우가 있다.

노인 학대는 부모 부양 문제, 재산 문제 등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에 의해 벌어진다. 신체적으로 병든 노인을 돌보는 경우 자신이 부양해야 하는 부모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폭력을 행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관련해 폭력을 행하는 경우도 있다.

아동 학대와 노인 학대의 공통점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동 학대 피해를 입는 아이들은 어쨌든 부모라는 이유로 쉽게 발견되기 어렵고, 가해자가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더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노인 학대 피해를 입은 어르신들은 어쨌든 자녀라는 이유로 자신이 입은 피해를 솔직히 말하지 않거나, 자녀가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신체적 학대도 당연히 무섭고,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정서적 학대는 피해자에게 보이지 않는 칼날이 되어 상처를 준다. 이러한 정서적 학대는 눈에 실질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행동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이혜슬 청주시 복대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이혜슬 청주시 복대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특히 아동의 경우 이러한 정서적 학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영향을 미쳐 대인관계에 있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노인의 경우에는 정서적 학대가 우울증의 원인이 되게 한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의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정서적 학대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학대를 보고도 가족만의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며 못 본 척 넘어가버리기도 한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괜히 끼어들어 일이 복잡해지거나 귀찮아지는 경우를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썩은 동아줄일지언정 붙잡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타인의 일이라고 넘어가지 않고, 그들에게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내야 한다. 학대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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