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종진 충북시인협회장

5월을 수식하는 말이 여러가지다.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 사랑의 달, 은혜의 달, 감사의 달 어린이를 사랑하고,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며 스승에게 감사하자는의미일 것이다.

해마다 5월이면 으레 생각나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먼저 고려장에 대한 얘기다.

고려 시대에 행하여졌다는 풍습으로 확실히 고증 된 자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을 어른들께서 구전으로 들려주시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노쇠하여 기력이 없는 부모를 몇 끼 음식과 함께 지게에 지고 산에 둔 채로 굴 입구를 큰 돌로 막고 내려 온다는...

그런데 지게 위에 노모가 연신 소나무 가지를 꺾어 길 쪽으로 뿌리고 있는 게 아닌가.

"엄니,지금 뭐하고 계세요?"아들이 묻자

"네가 깊은 산에 들어와 집 찾아가기 힘들까 봐 솔 가지를 길에 뿌려 놨으니 그거 보고 찾아가거라."이 말을 들은 아들은 발길을 멈추고 지게를 받쳐 놓은 채 넙죽 어머니께 큰절을 올리고 다시 어머니를 지고 집으로 왔다는 얘기...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효행편)

그리고 2005년도 이때 쯤 일이다.

엊그제 퇴근 무렵 수영이 할머님께서 헐레벌떡 찾아오셨다.

수영이 어머님은 몇 해 전 수영 아버지의 잦은 폭력과 음주로 인하여 정상적인 가정 생활을 꾸려 갈 수 없게 되자 외아들인 수영이와 칠순의 시모를 남겨둔 채 돈을 벌어 오겠다며 가출한 이후로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벌써 두 달째 급식비가 밀려 독촉장이 나가자

" 손자 밥값도 제때 못 내 송구스럽다." 하시며 염치없지만 며칠 후 꼭 내겠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오늘 비로소 고추 다듬는 품 일을 마치시고 받은 품값을 꼼꼼히 챙겨 가지고 오신 것이다.

그래서 의자에 앉게 하시고 음료수 한 병을 건네 드렸다.

고난의 세월이 무수히 지나간 잔주름 많은 눈가가 붉어지시며 " 선상님! 이렇게 사람 구실을 제대루 못하는구먼유......" 하시며 말끝을 흐리신다.

아직도 한 끼 밥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시려온다.

나는 매년 어버이 주일을 전후로 하여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우렁이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우렁이 자식들은 엄마 몸속에서 한겨울을 나며 차츰 먹이가 떨어지면 엄마 살을 조금씩 떼어먹으며

자라난다고 한다.

그러다가 봄이 되면 엄마는 빈 껍질만 남게 되고 어느 날 소나기에 냇물이 불어나자 둥둥 떠내려가게 되었다지.

그 모습을 보며 어린 우렁이들은 " 야! 우리 엄마 시집간다." 하며 웃고 손뼉을 쳤다는...아이들이야 아직 어려서

그렇다 치더라도 중년의 지금 내 모습을 바라 볼 때 효에 관한 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논어와 성서에서도 효는 인간의 가장 근본이 되는 덕목으로 중요시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최종진 충주효성신협이사장·전 충주문인협회장
최종진 충북시인협회장

바라기는 새삼 효에 대한 교육을 어줍잖이 들춰내기 보다 작은 우화 속에서 나마 부모님을 이해하고 측은지심을 갖도록 안내하는 것도 기성세대의 몫이라 하겠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십계명 제5)

지금도 빈 껍질만 남아 있을 호드기 나무 개울 우렁이 엄마를 생각하며 5월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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