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대한민국의 집권 정당이 바뀌었다. 정권교체 10년 주기론도 깨졌다. 19대 대통령은 퇴임하였고 20대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지난 3월 최소 득표차로 치열하게 치러졌던 대통령선거의 결과이다. 3주 뒤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도 대선 못지않게 과열되는 분위기다. 충북도지사, 교육감, 시장과 군수, 지방의원 모두를 선출하게 된다. 5월 13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19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을 펼치게 된다. 6월 1일 투표로 선출된 단체장과 의원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충청북도를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선거는 투표를 통해 공직자나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이다. 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 경력과 자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누가 당선되는가에 따라 국가나 지역사회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선거에 있어 유권자의 역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원하는 바를 표출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런데 보통은 사람을 선택하는 일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실 유권자가 원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누구를 찍을 것인지에 앞서 무엇을 위해 찍을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유권자의 지향과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고 실현해 나갈 의지와 역량을 지닌 일꾼을 골라야 한다.

한 가지 더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유권자의 역할을 선거 기간으로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 때 우리는 겸손하고 상냥한 모습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자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3~4개월의 짧은 선거 기간이 끝나면 관계는 곧바로 전도된다. 유권자는 평범한 시민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후보자는 권력자로서 지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만일 선거 이후에도 유권자의 역할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당선자들의 임기 내내 정책과 공약 이행 여부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평가한다면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문제는 생업에 충실해야 하는 유권자 개개인이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지적하며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역할과 존재감을 선거 이후까지 확장하기 위해서는 조직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사실 선거 때가 되면 충북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유권자들의 요구를 표출하기 위한 대응활동을 펼쳐왔다. 분야별 정책의제를 취합하여 제시하고, 후보들의 정책공약 분석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유권자들이 참고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후보자와 정책협약을 체결하기도 하고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활동이 축소되었다. 지난 대선을 돌아보면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그룹이 공고해지고 진영 간 갈등과 대립은 더욱 심화되었다. 반면 유권자의 역할과 존재감은 더욱 엷어졌고 시대정신은 사라져 버렸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에서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유권자 중심의 선거, 녹색전환의 공론장으로 만들자는 취지이다. 지난 4월 환경단체와 녹색시민들이 모여 충북녹색전환포럼을 발족시켰으며, 5월 초에는 다양한 의견취합 과정을 거쳐 '충북지역 녹색전환 10대 정책과제'를 선정·발표하였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활동과 다르지 않다. 눈여겨볼 점은 시민공감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과 시민참여 정책발굴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들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때 유권자들이 자신의 요구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충북녹색전환포럼은 선거 이후에도 정책적 대응 활동을 지속해 나간다면... 유권자 중심의 선거가 가능할지 가늠하는 소중한 실험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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