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수연 요양보호사

요양원에서의 일상은 상실과 이별이다. 하루 하루 어르신들 돌보며 우리의 가슴에 난 구멍을 메꾸어 가고 치매 어르신들과 관계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 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받지만 보람을 통해 나의 삶을 치유하고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는 짝사랑을 한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져 심각한 이 위기를 우리는 극복해야 했다.

어르신들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하는 날 나이트 근무를 했다. 혹시라도 열이 오르지 않을까 긴장을 하며 매 시간마다 한 분 한 분 살펴보다 보니 문득 3년 전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떠올라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쳤다.

어르신을 드리려 예쁜 머리핀 반지를 사서 해드리며 "누가 줬어요?" 하고 물으면 "우리 아들이 줬어 우리딸이 사왔어" 하신다.

또 맛있는 간식을 챙겨 드리고 뒤돌아서면 "나쁜 년 나는 왜 빵 안줘" 욕을 하셔도 우리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너털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재작년 겨울 파킨슨병으로 머리를 흔드시고 손떨림이 심한 어르신이 입소를 하셨다. 그 어르신의 초기상담기록에 '담배 피우심'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이리저리 안절부절 하시고 수시로 화장실 다니시며 위태롭게 걸어 다니셨다.

아마도 담배가 피우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한 개피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드리지 못했다. 결국 일년도 못사시고 돌아가셨다.

그때 담배 한 개피 드렸더라면 하는 마음에 가슴이 찡했다.

8학년2반이야 자랑삼아 말씀하시는 어르신은 당뇨합병증으로 툭하면 열이 나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호흡기를 달고 계셔야 했다. 부종 또한 심하셨고 미음을 겨우 삼키실 정도였다.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았다.

"한숟가락 더 물 한모금만 더 드세요." 하루이틀이 지나고 어느날부터 미음에서 죽으로 드시면서 거뜬히 거동도 하시고 예쁘게 화장을 해드리면 스댄접시에 숟가락으로 꽹가리 치시고 노래도 흥겹게 부르실때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우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제일 많이 하는 말 중에 밥 잘 먹고 똥 잘싸는 것이 최고라는 말을 한다. 밥맛이 없다 하셔도 드실 수 있을 때 삼키실 수 있을 때 한수저 더 욕심을 가져본다. 그러면서 낙상으로 골절 되실까 눈을 뗄수가 없다.

원장님께서 생활실에 내려 오실때면 마치 아들을 만난 듯 저년이 밥을 안줘 어리광 응석을 부리곤 한다. 토닥토닥하며 두손을 꼬옥 잡아 주고 '어르신 제가 금방 갖다 드릴께요'라는 원장님 한 말씀에 서운함은 금새 어디로 가고 아들 얼굴 한번 봤구나 만족이라도 하듯이 흐뭇한 표정이 애석하기만 하다.

이수연 요양보호사
이수연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면서 첫 번째 어르신들의 이상한 행동 반응은 부정해서도 안되며 둘째 항상 긍정적으로 앞으로 더 좋아질거야 생각하며 셋째 수용하면서 '괜찮아, 어차피 짝사랑이야' 다시금 되뇌어 본다.

모든 것은 정해진 대로 일어난다고 한다. 첫 만남에서부터 마지막 작별인사까지.

난 오늘도 반성하고 내일은 더 좋은 하루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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