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시민기자가 바라보는 세상풍경
김정호 시민기자(청주시 상당구 명암로)

사자 '먹보'와 '도도'가 동물원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다. 

동물원 사자 암수는 사이가 좋다. 낮에는 주로 방문객들에게 보여지는 방사장에서 지내다 밤이 되면 내실에서 잔다. 내실에는 한 마리가 겨우 누울 수 있는 크기의 침상이 두 개 있는데 사자들은 하나는 비워두고 나머지 침상에서 붙어 잔다. 두 마리가 누운 좁은 침상에서 수컷 먹보는 암컷 도도의 몸에 앞발을 올릴 수 밖에 없는데 그 모습이 오래된 부부같아 보인다. 먹보는 성격이 느긋하고 20살 노령이라 움직임이 많지 않다. 반면 8살 연하인 도도는 아직 호기심과 움직임이 많다. 놀이감으로 메달아준 커피콩자루를 뛰어올라 낚아채는 도도의 모습에 방문객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사자 '먹보'와 '도도'가 동물원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다. 

22년 2월 28일 도도가 연일 다량의 구토를 했고 탈수로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마취후 동물원 동물병원으로 옮겨감과 동시에 충북대 수의대 영상진단실에 초음파검사를 요청했다. 검사결과 이물이 소장을 막고 있었다. 즉시 소장절개술로 이물을 꺼냈다. 이물은 커피콩자루였다. 2주후 수술부위 염증이 심각하다는 연락이 왔다. 한밤중 농배출을 위해 마취후 절개하자 피고름이 쏟아졌다. 이후 도도는 전혀 먹지 않았고 종일 누워있다 물먹을때만 일어났다. 도도의 생사앞에서 절망과 희망이 몇번이고 오고 갔다. 홀로 남겨질 나이든 먹보도 걱정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단톡방에 CCTV 동영상이 올라왔다. 도도가 놓아둔 고기덩어리를 물고 들어갔다. 수술후 한달만이었다. 지금 도도는 다시 건강해졌다.

커피콩자루 이물을 먹고 생명이 위태로운 '도도'가 수술을 받고 있다. 

이물섭취를 줄이려 놀이감을 치우는 것이 해결책으로 보일 수 있다. 대신 방문객들은 동물원에서 할 일 없이 자고만 있는 동물들을 볼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시대 격리된 방에서 얼마나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 경험을 통해 알게됐고 동물원 동물에게 공감할 수 있다.

사자같은 야생동물에게는 자연에서처럼 다양한 자극이 필요하다. 동물원에서는 행동풍부화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본능을 충족시켜준다. 예를들어 놀이용 장난감을 넣어주고 먹이를 찾게 숨겨두는 것이다.

22년 5월 9일 수컷 먹보의 건강검진과 발톱관리를 위해 마취를 했다. 이번에 동물원 동물병원에 새로 들여온 CT(computed tomography)로 단 몇분만에 먹보의 전신을 스캔했다. 나이때문인지 들어가지 않고 발바닥을 파고드는 발톱을 잘라준후 먹보를 깨웠다.

평소 야생동물 의인화는 동물복지나 관리에 있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사자를 보고 있노라면 평화롭게 늙어가는 노부부가 떠오른다. 건강하게 살다가 홀로 남은 사자의 외로움이 길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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