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

청주 여중생 사건은 경찰이 선정한 2021년 전국 10대 치안이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이 사건의 실체를 잘 모른다. 사건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 사건을 바라본 필자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길 희망한다. 그래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드라마와 이 사건을 접목해 이 사건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두 아이가 하늘에서나마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혐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드라마 소년심판 속 김혜수의 첫 발언이다. 주인공 심은석(배우 김혜수)의 직업은 판사, 남편은 검사다. 어느 누구도 그들의 가정에 범죄를 저지를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아파트 옥상에서 소년범이 장난으로 던진 벽돌에 맞아 아들이 사망한다. 이후 드라마는 '범죄'와 '범죄인'에 대한 고민과 형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피해자 유족 신분으로 법정에 간 김혜수에게 재판장은 법정에서 나가라고 한다. 이 장면은 피해자가 형사 사건에서 제3자임을 분명히 알려준다. 형사 절차의 수사권, 공소권, 재판권 모두 국가에 있다. 법률에서 말하는 피해자의 권리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내 아이가 죽었지만 부모인 그는 법정에서 나가야 했다.

내 딸 미소가 성폭력을 당했지만 부모는 제3자다.

2021년 12월 10일 청주 계부성폭행사건 피고인 A씨는 1심 최후 진술을 한다. 존경하는 판사님에게 편견과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운 태도를 유지할 것을, 치우친 판결로 멍에를 씌우면 평생 동안 원망할 것이라고 하면서 열 명의 범인 중 아홉 명을 놓쳐도 단 한 명의 억울함이 없도록 하여 주시고 정의와 공정한 재판을 바란다는 열변을 토했다. 그때 피해자 부모는 복도에서 A씨의 열변을 들었다.

소년심판 법정에서는 판결이 난 후 소년범이 웃으며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김혜수에게 남편(검사)이 "법이 원래 저래. 잘 알잖아!"는 말로 달랜다. 참으라는 것이다. 피해자와 유족에게는 오직 참는 길 외에 없다고 현실은 말한다. 이후 김혜수는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은 몰라"라는 명대사를 한다.

2021년 1월 16일 미소는 친구(아름)의 집에서 하루만 파자마 파티를 하겠다고 한다. 수차례 거절하던 부모는 그 집에 아름만 있는 것을 확인하고 승낙을 한다. 사춘기의 딸을 둔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성폭행을 당한 그날 미소는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왜(Why)는 필요 없다. 가해자는 의지로 되지만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이후 고소를 하던 날(2월 1일) '우리 엄마 아빠는 얼마나 가해자를 죽이고 싶을까'라며 미소는 혐오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 혐오가 정의의 실현으로 끝나지 않았다. "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가해자가 교도소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미소는, 4월 29일에는 지나가는 아저씨만 봐도 놀라고, 꿈에서도 보인다며 펑펑 울면서 친구에게 하소연을 한다. A씨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친구에게 '들어가 봤자 1년, 다시 나온데'고 답하는 미소에게서 절망을 본다. 공포와 절망을 품은 그 아이는 2021년 5월 1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1심에서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A씨는 항소심에 돌변하여 '존경하는 판사님'으로 시작하는 반성문을 쓰지만 여전히 의붓딸 아름에 대한 강간은 무죄, 두 아이의 죽음에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범죄는 피해자에게 하고, 반성은 왜 법원에 하는 걸까. 이렇게 범죄의 시작부터 끝까지 피해자는 철저히 외면당한다. 피해자 미소는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랬고, 가해자 A씨는 정의와 공정한 재판을 외치며 무죄를 주장한 것은 많은 고민을 던진다. 앞으로 그 고민의 흔적을 찾아 글을 이어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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