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일까.

어느 고즈넉한 마을을 지나가다 우연히 지붕을 쳐다본 적이 있다. 지붕 위에 커다란 선물이 동그랗게 앉아있고 농부는 조그만 사다리 계단에 한발 한발 올려놓고 있었다. 나도 하늘에 오르는 듯 기쁨으로 농부의 공포감도 잊은 채 푸른 줄기를 따라가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아슬아슬한 지붕 위에 타조 알 같은 덩이가 숨 쉬고 있을까? 어린 시절 본 호박과 박 이야기다.

요즘 길가엔 꽃들의 잔치다. 꽃들의 반란이다. 아카시아꽃, 찔레꽃, 작약꽃.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얼마 전, 꾸부정한 허리에 절룩거리는 다리를 지닌 할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그는 잠시도 지저분한 모습을 못 참는지 주변 청소는 물론 마을 화단 가꾸기에 몰두했다. 자투리땅 찾아 장날 사 온 꽃나무와 모종을 하나 둘 심어 내려갔다. 지나가는 사람들, 기대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을 불사르며 하얀 옷걸이를 주워와 구부리고 펴서 화단 경계 부분에 설치미술가처럼 창의성을 발휘했다. 봄부터 개나리, 진달래, 영산홍, 패랭이꽃, 팬지, 장미 등 꽃들로 채색해갔다. 어느덧 동네 사람들 "할아버지! 화사해서 좋아요." 하며 처음과 달리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어쩌면 마을은 자신이 가장 먼저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장소가 아닐까. 마을은 공동체로 학습과 일터, 배움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상생활에서 마을은 학교를 품어주고 학교는 마을 길과 연결되어 서로 협력하며 교육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미 깊숙이 독서, 음악, 미술, 다문화 교육과 같이 저학년부터 신체활동이나 글로벌 문화이해 측면에서 적잖게 효과를 보고 있다. 인력pool을 이용한 마을-학교 연계 교육은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함께 풍부한 지적 환경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달라야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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