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글을 쓸 때 여러 번 인용한 책이 있다. 오연호가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글 소재가 떠오르면서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행복과 관련한 주제는 언제나 활용 가능하여 매번 다른 글이 나온다. 이 책은 덴마크가 행복한 사회가 된 배경을 6개의 키워드(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로 설명한다. 이 중에서 오늘 주제는 이웃. 개인과 공동체가 모두 행복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2020년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621만4천 가구로 일반가구 대비 30.4%에 해당한다. 충북은 21만9천 가구로 33.2%를 차지해 전국 평균보다 높다. 이는 2015년 전국 평균 27.4%, 충북은 29.2%와 비교해볼 때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며 세 가구당 1가구가 1인 가구로 볼 수 있는 수치다. 이를 반영해 2020년에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의 대응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후보들이 1인 가구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한 약속을 내어놓고 있다. 경제적 빈곤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를 포함해 복지사각지대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단전, 단수 가구 등을 파악하여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하고 '읍면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라는 주민조직을 통해 이웃들의 삶을 살피기도 한다.

청주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복지사각지대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 2022년은 청주시의 43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청주시의 읍면동에서는 각 마을마다 15명 이내의 마을복지추진단을 구성하여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주민들이 직접 방법을 찾고 있다.

4~5회의 주민간담회를 마을복지학교 형식으로 진행하고 지역의 사회복지전문가와 함께 팀을 이루어 주민들의 삶을 직접 살피고 고민해 마을에 필요한 복지사업을 발굴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동네의 새로운 문제를 파악하기도 하고 이미 알고 있던 문제에 대해 깊이 개입하여 해결방안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주민 간 논의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에 청주시는 읍면동별 마을복지학교에서 제시된 의견을 받아들여 예산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보장사업이면 어느 것이든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지자체에서 이리 관심을 보이니 민간영역의 사회복지 전문가들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주민들과 일을 도모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제5기 지역사회보장계획이 수립되는 해여서 마을복지계획의 내용이 청주시의 사회보장 중장기계획에 포함될 예정이다. 굳이 밝히면, 이 사업의 공동기획자로서 매우 뿌듯한 마음이다.

마을복지계획 수립을 위해 이곳저곳 마을을 다녀보니 주민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 사업의 향방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대상이 되기도 하고 서로 이웃이 되기도 하여 여러 아이디어를 모으는 모습은 일상의 깊이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전문가의 한계를 보충하고도 남는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앞서 소개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서 소개한 키워드 중 이웃은 '의지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다'는 것으로 표현된다. 덴마크인들은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이웃과의 공동체가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되어 소외감과 외로움을 방지하고 유대감과 행복감이 뿌리내린 덕이다. 우리도 가능하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우린 이미 이웃을 살피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예전 이웃과의 교류가 다시 살아나길 바라고 서로 믿을 수 있는 사회적 신뢰의 회복을 기대한다. 그러면 고립되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겠다. 마을복지계획이 그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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