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아파트 주변의 작은 공원은 물론 등산이나 산책로,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길거리 등지에서 반려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바깥활동이 자유롭다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유모차에 태운 작은 강아지부터 주인의 품에 안긴 고양이, 길 가다 우연히 만나면 흠칫 놀랄만한 덩치가 큰 대형견까지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2015년 대비 39.6% 증가한 638만가구로 집계됐다. 이를 인구수로 환산하면 1448만명에 달한다. 반려동물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반려동물을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펫팸(Pet+Family)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사람들의 몰지각한 의식수준이 바로 그것이다. 길거리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목줄도 하지 않은 채 아무데나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심지어 입마개도 하지 않은 대형견들도 가끔 있을 정도다.

또한 공원 여기저기 그냥 방치되어 있는 반려동물의 배설물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개는 사람이나 다른 개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과 안일한 생각이 특히 문제다. 실제로 지난달 한강 공원에서 모 연예인의 반려견이 다른 반려견을 물어 죽인 사건도 있었다.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br>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반려동물을 아끼는 마음 이전에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의식이 우선 되어야 한다.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물과의 반려'에 앞서 '더불어 사는 이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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