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민씨, 부당징계 주장 20년째 소송… 당시 중대장, 문제 불거지자 퇴교 종용
공군, 자체조사 가해생도 2명 등 처벌… 법원, 유씨 제기 징계무효 소송 각하

공사 생도시절 유정민씨와 동기들 모습. /중부매일
공사 생도시절 유정민씨와 동기들 모습. /중부매일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주문,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지난 9일 청주지법 제1행정부(김성수 부장판사)는 공군사관학교(이하 공사) 44기로 입학했던 유정민(52)씨가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무효확인' 소송을 각하했다. 30여 년 전 공군 자체조사에서 유씨의 퇴교 및 징계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의 원고패소 판결은 반복되고 있다.

유씨는 1992년 3월 10일 공사 44기로 입교했다. 전투기 조종사가 꿈이었던 그는 삼수 끝 합격이라는 이색기록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렇지만 공사 생활은 녹녹치 않았다. 입학 직후부터 한 기수 선배인 A씨 등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 A씨 등은 주먹 등으로 유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또 그에 대한 성적학대도 서슴지 않았다. 공사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됐고, 1993년 8월 가해생도들에게 타 중대 분리 등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당시 중대장 등은 분리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유씨에 대한 괴롭힘은 수개월 후 다시 시작됐다. 문제는 다시 불거졌고 공군본부 등으로부터 징계가 내려질 것을 직감한 중대장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유씨의 퇴교를 종용했다. 중대장은 유씨에게 '다른 대학을 알아봐 줄테니 서로를 위해 여기에서 사건을 마무리하자'며 압박했다. 당시 삼엄했던 시대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유씨는 어쩔 수 없이 중대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1993년 12월 공사를 나왔다.

지난 2018년 현충원을 찾은 유정민씨와 동기들 모습. /중부매일
지난 2018년 현충원을 찾은 유정민씨와 동기들 모습. /중부매일

다행히 이 사건의 진실은 유씨 퇴교 후 일부 밝혀졌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공사는 유씨 가해생도 2명을 중징계하고, 중대장에게도 징계처분을 내렸다. 공군본부에서도 이 사건 진상조사를 진행, 유씨의 퇴교절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다만 유씨에 대한 복교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유씨는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의 사건을 법적으로 다퉈 보고자 중앙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법률 지식을 갖춘 그는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손해배상청구), 공사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퇴교처분무효확인·해임처분무효확인)을 제기했지만, 승소하지 못했다. 그리고 2021년 청주지방법원에 낸 징계처분무효확인 소송 1심도 패소했다.

유정민씨는 "공사 동기들도 저의 명예회복이 공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다"며 "힘든 여정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재판이 길어지는 사이 유씨의 동기들은 공군 내 요직을 차지했다. 반대로 유씨는 공군사관학교 내 부당함을 수십년간 지적하는 민원인 신분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퇴교 이후에도 공사 동기들과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매년 6월 유씨는 44기 동기들과 현충원을 찾는 등 모임을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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