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인삼의 고장서 펼쳐지는 '천하장사 탄생의 산실'

제23회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증평인삼씨름단' 선수들.
제23회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증평인삼씨름단' 선수들.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자, 들배지기. 오금당기기, 밀어치기, 안다리. 44초 간의 공방전이 벌어졌습니다. 계속 됩니다. 이제 5초 남았습니다. 두 선수 모두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만만치 않습니다. 제 몸에도 닭살이 돋습니다."

짜릿하고 박진감 넘치는 모래판 위의 명승부 열전. '제23회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가 증평종합스포츠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대한씨름협회가 주최하고 충북도씨름협회와 증평군체육회, 증평군씨름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전국 초·중·고·대학부, 일반부, 여자부 등 123팀 987명의 선수가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8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고 있는 '제23회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의 경기장면
지난 6월 8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고 있는 '제23회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의 경기장면

체급별 선수들이 모래판에 등장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엄지척 응원과 친구, 관객들의 화이팅 함성이 쏟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2021년 두 해를 건너뛰고 3년 만에 열리는 대회라서 그런지 일반 관객은 예년보다 적었지만 우승을 거머쥔 선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큰 포효를 쏟아내고, 경기를 지켜보던 감독도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함께 했다. 몇몇 선수는 관중석에서 손에 땀을 쥐며 노심초사 승리를 기도한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세러머니도 잊지 않았다. 반대로 작전에 실패한 선수와 감독, 가족들은 안타까운 패배에 깊은 탄식을 내뱉는다. 승리한 선수가 모래판에 쓰러져 있는 상대선수를 일으켜 세우는 스포츠 정신도 아름답다.
 

증평출장소 시절 '충북인삼배'로 시작

증평군은 충북 유일의 씨름전용 훈련장을 보유하고,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를 개최하며 우리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의 부흥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국민스포츠로 꾸준한 인기를 누린 씨름은 경기불황과 스타선수 부재 등으로 한 때 대중들에게서 멀어졌지만 최근들어 인기 스포츠로 부활하고 있다. 특히 덩치만 컸던 과거 선수들과 달리 근육질의 꽃미남 선수가 많아지면서 그들이 보여주는 고도의 전략과 화려한 기술을 즐기려는 고정팬도 늘어나고 있다.

2000년 제1회 충북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 모습
2000년 제1회 충북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 모습

올해로 23번째를 맞은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는 2000년 8월 '충북인삼배'로 출발한 충북 최대 규모의 씨름대회다. 충북인삼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만들어진 이 대회는 증평군 개청 이전인 증평출장소 시절 시작돼 대한씨름협회가 우수선수육성지원금을 지급하고, 충북도·증평출장소가 운영경비를 분담하며 첫 발을 내딛었다. 충청도의 작은 지역이라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증평이 전국씨름대회를 유치한데는 "씨름의 고장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자"는 당시 김재두 증평씨름협회장(2006년 작고) 등 지역인사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특히 매년 수천만원의 사비를 써가며 증평초, 삼보초, 증평공고, 증평인삼씨름단 창단의 산파역할을 한 김 회장의 씨름사랑 이야기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일반부 여자씨름 추가 등 발전 거듭

각고의 노력 끝에 닻을 올린 제1회 충북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는 2000년 8월 28~30일 충북인삼축제, 증평문화제와 동시 개최돼 주목을 받았다. 첫 대회임에도 초등부 31개팀, 중등부 42개팀, 고등부 36개팀, 대학부 17개팀, 일반부 6개 팀 등 총 132개팀 1천2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이후 2003년 증평군 개청에 따라 2004년 제5회 대회부터 명칭을 지금의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로 변경해 개최되고 있으며, 2018년 제18회 대회부터는 일반 여자부 경기를 추가했다. 이렇게 변화와 성장을 거듭한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는 이제 전국 씨름 꿈나무들의 상급학교 진학과 실업팀 입단을 좌우하는 권위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증평인삼씨름단, 단체전 우승 차지

이와 함께 1998년 1월 창단된 증평군청 실업팀 '증평인삼씨름단'은 각종 대회를 휩쓸며 개청 초기 증평군 홍보는 물론 증평이 씨름과 인삼의 고장임을 전국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고 있는 '제23회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의 경기장면
지난 6월 8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고 있는 '제23회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의 경기장면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실업팀 운영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 증평인삼씨름단은 2012년부터 증평 출신인 연승철 금강장사가 감독을 맡아 한단계 더 도약하고 있다.

현재 김진, 손희찬, 윤성희, 이국희, 문현우, 황대성, 신희호, 정은서, 이민호, 김진용 등 10명의 선수가 활약하고 있으며, 이들 중 들배지기, 안다리 기술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는 김진 선수는 지난 4월 9번째 장사 타이틀을 획득하며 '제2의 이만기', '공격씨름의 달인'으로 한국씨름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손희찬 선수는 '꽃미남 씨름돌'에 합류해 인기를 얻고 있다.

제23회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증평인삼씨름단'이 연승철 감독을 헹가래 하고 있다.
제23회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증평인삼씨름단'이 연승철 감독을 헹가래 하고 있다.

이번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증평인삼씨름단은 일반부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팀워크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서수일 코치는 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증평인삼씨름단이 이 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것은 2008년 제9회 대회와 2016년 제17회 대회에 이어 3번째다.

최재옥 증평군씨름협회장은 "'인삼·씨름의 고장' 증평에서 전국 규모의 씨름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애정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많은 씨름가족의 노력과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로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는 씨름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대회 때는 좀 더 체계를 갖추고 예산도 늘려 증평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씨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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