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지난 5월은 가정의 달이며,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많은 행사가 있었다.

그 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15회 세계인의 날'도 있었다. 이와 관련 현재 충북대학교 국제교류본부장을 맡고 있어 청주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소장님 등 관련 단체들이 주관하는 '세계인의 날' 행사에 초청을 받고 참여하게 됐다.

당시 행사에 참여해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 학생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고, 이민자네트워크에서 '나의 꿈 그리기 대회'의 그림 및 시상과 함께 재한 외국인들의 자원봉사로 세계 전통음식을 시식할 기회도 갖게 됐다.당시 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식재료가 부족한 경우에는 해당 국가에 부탁해서 항공으로 식재료를 운송했다는 소식도 듣게 됐다. 2시간여 남짓한 행사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00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외국인도 우리와 더불어 사는 '이웃'임을 깨닫는 시대가 돼야 한다. 우리 땅에 있는 많은 세계인이 우리와 더불어 협력과 창조의 길을 함께 걷고, 번영을 함께 누리는 시대가 됐다. 우리와 더불어 농사를 짓고, 우리와 함께 공장의 기계를 돌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에게 이웃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 함께 생활하고 삶을 영위하고 함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겪는 사람이 바로 우리 이웃이 아닐까?

몇 년 전 하와이를 방문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 곳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딸과 함께 여행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날 하와이의 유명한 마우나케아(Mauna Kea) 천문대에서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을 보고 돌아오다가 그만, 차 타이어에 구멍이 나는 일이 생겼다. 이미 밤 12시가 넘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엄습했다. 경찰서에 전화하니 4~5시간이 지나야만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때, 지나가던 차들에게 긴급히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백인, 흑인 가리지 않고 무려 5~6대의 차가 멈춰서서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장비를 일제히 꺼내 스페어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당시 너무 고마워서 연락처를 수차례 물었지만, 그들은 연락처 대신 그냥 사진만 찍자고 했다. 물론 그 사진을 아직도 갖고 있다.

하와이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많고 관광객도 많았다. 생면부지의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황색인이며 한국인인 나와 딸을 아무 대가없이 장시간 도와주었다. 모인 차들은 캄캄한 밤에 자신들의 차로 헤드라이트를 비춰줬으며 나와 함께 타이어를 교체해 줬다. 사진도 찍고 함께 웃었던 감동적인 장면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다. 우리는 세계인이며, 함께 살고 있다.

한편 젊은 30대 시절, 경영학에 매료되고 특히 한 국가의 국제경쟁력에 대해 공부하고 있을 때,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국가인 이유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자유의 여신상이 의미하듯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올 수 있고, 거기서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포용력이 있는 나라가, 삶과 자유, 창의력이 뒷받침되는 나라가 세계에서 최고의 국제경쟁력을 보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는 제15회 세계인의 날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의 의무와 책임은 물론, 세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질 것을 다짐해 본다.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우리의 이웃은 과연 누구일까?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중국의 봉쇄정책,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글로벌화가 쇠퇴하고 점차 보호주의가 대두된다고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많은 세계인들이 우리의 이웃이 되고 있으며, ESG 경영, 이해관계자자본주의와 같이 함께 따뜻한 세상을 만드려는 노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