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19세기 프랑스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는 "경찰이 없는 국가는 나침반과 방향키 없이 항해하는 커다란 배와 같다"고 표현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이며, 대한민국호가 좌초되지 않도록 경찰은 방향키를 잡아 준다. 올해는 1945년 미군정청 산하 경무국이 창설된 이래 경찰의 날 77주년을 맞는 해이다. 대한민국 경찰은 창경 이래 역사적 과오를 범하기도 하고, 부정부패와 권한 남용으로 시민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보경찰의 불법적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이 이루어졌고, 최근에는 현장 경찰관들의 부실한 대응으로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여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롭고 평온한 삶은 대한민국 경찰이 그 동안 흘린 피와 땀방울의 대가이다.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도움을 요청하면 달려오는 대한민국 경찰이 없었다면 우리는 온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들에게 밤에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안전한 나라라고 자랑을 한다. '치안 한류'로 세계 각국의 나라들이 우리 치안시스템을 배우려고 한국을 찾을 때면 자긍심을 느낀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일등공신 중 하나는 우리의 경찰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경찰은 개혁의 대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국정원 개혁으로 경찰수사권이 강화되었고, 정보경찰의 기능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경찰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자치경찰제가 전국 시·도에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찰은 개혁의 객체였다. 최근 또 다시 경찰 개혁이 새로운 정부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경찰이 개혁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민국 '경찰개혁 플랜'을 제안 한다.

첫째, 경찰채용제도의 전면 개편이다. 공부 잘한다고 경찰 잘하는 것이 아닌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현행 경찰관 채용제도는 수능성적 높은 사람, 필기시험 성적 높은 사람이 입직하는 구조이다. 경찰관으로서의 자질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다. 대내·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 대부분인 경찰은 기본적인 법적·이론적 지식을 갖춰야겠지만 경찰관으로서의 정신적·육체적 필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채용은 "공정성"이 목표가 아니라 "적합한 인재 선발"이 궁극적 목표이다. 필기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경험과 경력, 체력과 인성을 상대평가 할 수 있는 채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특정직 경찰공무원과 행정지원 및 전문분야의 일반직 공무원으로 이원화하여 인사행정의 왜곡을 막아야 한다. 적합한 인재가 입직하여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경찰조직이 되어야 한다.

둘째, 조직혁신이 필요하다. 창경 이래 대한민국은 급격한 인구·사회구조의 변화를 격어 왔고, 사회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근본적인 조직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경찰관서 및 인력 배치 기준, 경찰 기본업무에 대한 재인식, 직무급의 전면 확대, 기능별 차등적인 정년제와 복수직급제 등 경찰조직의 혁신으로 대한민국 관료제를 선도해야 한다. 이젠 대한민국 경찰의 새집을 지어야 한다.

셋째, 뭐든지 다 하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경찰이 아니라 뭐든지 제대로 할 수 있는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자치경찰 이원화와 국가수사본부의 독립이 필요하다. 자치경찰 사무에 대한 지역 맞춤형 치안정책의 추진과 시·도지사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치경찰 이원화가 답이다. 독립적인 국가수사본부 운영으로 수사경찰은 전문성과 공정성에 기반 한 책임수사기관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마지막으로, 경찰개혁의 핵심은 정치로부터 멀어지는 경찰을 만드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를 통해 정치가 경찰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국가경찰위원회의 관리·감독 권한을 실질화해야 한다. 국무총리 소속의 독립 행정기관으로서 국가경찰위원회가 설치되고, 집행기관으로서 장관급 기관인 경찰청에 대한 실질적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호의 나침반과 방향키를 새로이 교체하는 경찰개혁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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