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인간은 일생동안 25년쯤 잔다고 한다. 백수(白壽)를 누린다고 가정하고 하루 8시간을 자는 사람이라면 33년을 잠을 자는데 시간을 쓰는 셈이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하루 2시간 수면시간을 단축하면 평생 동안 5만시간, 하루 활동시간이 8시간이라고 가정하면 6000일, 17년6개월을 덤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마냥 잠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하지 않던가.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미래를 바꾸지 않으면 노예로 머물 것"이라며 황량한 사막을 신천지로 탈바꿈시켜 천지개벽을 이뤄낸 인물이다. 두바이는 아랍어로 '작은 메뚜기'를 뜻한다. 황량한 모래밭을 사막의 신천지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큰 메뚜기'처럼 뛰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신의 몸통보다 훨씬 높이 뛰는 메뚜기처럼, 두바이를 열사(熱沙)의 낙원으로 탈바꿈시킨 저력은 바로 강력한 리더십에 기인한다. 그 통치력의 이면에는 잠을 줄이거나 밥먹고 여흥을 즐기는 시간을 줄여야 가능했을 터이다.

우리의 정치도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데 정력을 쏟았으면 좋으련만, 여의도는 여전히 싸움질이 한창이니 한숨이 절로 난다. 잠을 줄여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하는데, 하루라도 싸우지 않는 날이 없으니 기이할 뿐이다. 여당이 야당이 되면 죽어라고 덤비고, 야당이 여당이 되면 협잡과 겁박을 일삼는다. 하루도 잠잠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마침내 구중궁궐로 불리던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2003년 4월 18일 20년 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청남대가 개방될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장막으로 가려 있던 청와대의 전광석화와도 같은 개방 역시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는 전임 대통령은 스스로를 구중궁궐에 가두고, 5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잠을 줄여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고, 혼술·혼밥 대신 국민의 끼니 걱정, 국민의 안위 걱정을 해도 모자란 게 대통령의 역할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식사정치를 사시(斜視)로 바라보는 이들은 여전히 야당이 된 것을 내 탓보다 남 탓으로 돌리기 위해 바쁘다.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하지만 시간이 없다. 잠자고, 밥 먹고 배설하는 데만 인생의 절반이 가고, 허드렛일과 소일거리에 꿈과 희망의 시(時)테크가 토막 나고 있다. 위정자들은 하나같이 뽑아만 주면 머슴처럼 일하겠다고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하지만 머슴이 되면 태도가 확 바뀐다. 주인(국민)은 스스로 일하는데 머슴은 누가 봐야 일을 한다. 주인은 먹고 살기 위해 처절하게 일하는데, 머슴은 탱자탱자 제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다. 공자 가라사대 '바른말로 충언하는 신하 일곱만 있으면 천하를 잃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 주변의 핵관(핵심 관계자)이나 처지가 바뀐 야당의 머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세월을 허송하는지 모르니 답답하다. 제발 잠충이나 식충이만은 되지 않아야 할텐데 그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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