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지난 주말 집근처 텃밭에서 감자를 캤다.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다른 밭에 비해 줄기와 잎이 덜 무성한 게 좀 더 이따가 캘까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달았다.

하지도 이미 지났거니와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10평 남짓한 주말농장에 쌈채소,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등 이거저것 많이 심다보니 감자는 고작 두 고랑뿐이라 사실 별 기대를 안했는데 예상외로 수확이 쏠쏠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호미질을 할 때마다 여기저기 얼굴을 내미는 감자를 보니 왠지 가슴이 뿌듯해졌다. 주말마다 텃밭을 찾아 물주고 김맸던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에 감자 한 알 한 알마다 애틋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단순한 수확의 기쁨 그 이상이었다. 사실 필자에게 주말농장은 소확행 중에 하나다. 마치 다채로운 색을 지닌 식물을 바라보며 힐링하는 '풀멍'과도 같다.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br>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작은 텃밭에 불과하지만 농작물을 직접 키우고 돌보는 시간이야말로 일상에서 소소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이렇듯 필자에게 주말농장은 더 이상 노동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이자 재미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치유농업이다. 치유농업이란, '치유를 제공하기 위한 농업의 활용'을 의미한다. 즉, 농업, 농촌 자원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지켜주는 활동을 뜻한다. 치유농업의 범위는 채소, 꽃 등의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 기르기, 농촌문화자원을 활용하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일반 농사와 다른 점은 농사 자체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건강의 증진을 위한 수단으로써 농업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원예치료협회에 의하면 농업활동을 통해 소중한 생명에 대한 '생명의식', 스스로 일궈낸 결과라는 '소유의식', 돌봄을 주는 주체가 된다는 '자존감' 등 심리적 효과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에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여전히 심리적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지금부터라도 농사를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농업'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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