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미자 청주시 위생정책과 위생정책팀장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설거지를 한다. 싹싹 문지르고 닦는다고 해도 숟가락에 밥풀 자국이 남아 있다. 힘이 덜 들어갔나 보다. 다리미에 스팀을 뿌려가며 바지 주름을 세운다. 힘주어 다린다고 해도 잔주름이 그대로고 앞 주름은 보이지 않는다. 힘이 덜 들어갔나 보다.

걸레를 들고 엎드려 거실을 닦는다. 얼룩이 닦였나 창가의 빛이 들어오는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바닥을 본다. 하얗게 앉은 먼지만 닦이고 얼룩은 그대로다. 힘이 덜 들어갔나 보다.

다시 힘을 줘서 싹싹 닦고, 문지르고, 눌러주면 숟가락도 반짝반짝해지고, 꼬질꼬질하던 바지도 쫙 펴지면서 앞에 칼주름도 생기고, 바닥의 얼룩도 싹 제거된다. 또 느낀다. 무슨 일이든 힘이 들어가야, 에너지를 쏟아야 일이 이렇게 깔끔하게 마무리 된다는걸…….

벌써 30년이나 된 공직생활도 마찬가지다. 사업 추진을 위해 계획 때부터 힘을 들여 꼼꼼히 조사하고 고민하고 협의하고 검토하면, 진행 과정이 부드럽고 실수가 줄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설령 실수를 하더라도 빠르게 보완하거나 탁월한 대처 능력을 발휘한다.

나와 함께한 동료나 시민의 만족도도 그만큼 높아질 뿐만 아니라 일을 추진한 나도 사명감은 물론 성취감도 느끼고 성공의 희열을 느끼며 자신감이 생긴다.

사람을 대할 때도 그렇다. 첫 만남부터 밝은 눈빛으로 인사하고, 따뜻한 차 한잔 서로 나누며, 대화에 몰입해 경청하고, 서로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통하면 먼 훗날 다시 만나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반갑게 인사할 수 있다.

나는 이 힘이 정성(精誠)이라고 생각한다. 정성은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즉, 시민을 위한 힘이고 마음인 것이다. 정성(精誠)을 생각하면 오래전 봤던 영화 "역린"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중용(中庸) 23장에 나오는 말이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큰일은 그 작은 일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도 지극히 정성을 다하면 세상은 몰라도 나는 변화 시킬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변한다면 가족도, 동료도, 시민도……, 우리 청주시도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박미자 청주시 위생정책과 위생정책팀장
박미자 청주시 위생정책과 위생정책팀장

정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 풀이 난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정성이 지극하면 안 될 일도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해 몹시 어려운 일도 순조롭게 풀리어 좋은 결과를 맺는다는 뜻이다.

민선 8기가 시작됐다. 말보다 실천! 지극히 정성을 다하여 시민을 위하는 실천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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