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부장판사 "군법원, 타 가해자 형량 지나치게 가볍다" 지적
해병대 1사단 성범죄 사건 피고인 양형균형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

청주지방법원 마크
청주지방법원 마크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군사법원 재판은 재판관 서명도 누락됐고, 지나치게 가벼운 형을 내렸다."

6일 청주지법 형사11부 김승주 부장판사는 군인등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선고공판 중 우리나라 군법원의 재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해병대 1사단 복무 중 피해자인 후임병 B씨를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했다. A씨의 범행은 생활관 등에서 이뤄졌다. 추행강도는 매우 강했다. 다른 부대원들도 B씨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범행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군사법원 등에서 재판을 받은 다른 가해자들에게 집행유예 등의 형이 내려졌다.

이에 김 판사는 A씨 양형이유를 설명하던 중 다른 재판부의 양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군사법원에서 진행된 다른 가해자 사건 1심 재판부는 재판관 서명도 누락돼 있다"며 "기본도 못 지키면서 (어떻게) 재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군사법원은 제대로 된 증거 없이 유죄를 인정하고, 어떤 경우에는 피고인이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함에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을 내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사건 관련 다른 가해자가 (군사법원이 아닌) 우리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았더라면, 실형을 선고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해병대는 자원입대로 우리나라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있다"며 "이런 행동이 해병사단에서 발생하면 엄히 처벌해야 악습도 끊기는데, 관련 사건 1심은 지나치게 선처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실형이 선고돼야 마땅하나, 피고인보다 범행강도가 강한 다른 사건 피고인들이 집행유예 형을 받은 내용 때문에 양형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날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명했다.

'솜방망이 처벌'과 '사건 은폐·축소' 문제로 논란이 됐던 군대 내 범죄는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이달 1일부터 상당부분 민간법원에서 심리한다. '해병대 성범죄 사건'과 같은 성폭력과 구타·가혹행위 등에 따른 군인 사망사건은 1심부터 민간법원이 관할한다. 사건 기소 역시 군 검찰이 아닌 민간검찰이 맡는다. 항소심부터는 모든 사건이 민관법원으로 이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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