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십 대 대형차량 통행 도로파손 심각, 생활 불편
인근 주민들 소음·먼지으로 고통…재산권 침해도 주장
진로 "사유지 몰랐다" - 시, "이미 허가, 단계 준공 어려워"

청주시 가덕면 내암리의 한 도로 위에 차량 통행 금지를 예고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김명년
청주시 가덕면 내암리의 한 도로 위에 차량 통행 금지를 예고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충북 청주시 가덕면 소재 하이트진로음료㈜(이하 진로)가 사용 승인 없이 사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자 A씨는 진로가 지난 7년간 어떠한 사용 허가도 없이 자신의 땅을 진입로로 사용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2015년에 이곳을 땅을 사 집을 짓고 살고 있다. 근데 최근 가뭄으로 새 관정을 찾기 위해 측량을 하다가 진입로 일부가 내 땅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서 진입로 파손으로 몇 차례 도로 재정비를 요청했을 때 반응이 뜨뜻미지근해도 진로 땅인 줄 알고 어쩔 수 없이 참았다. 이후 내 땅 일부가 포함된 사실을 알게 되자 태도가 바뀌었다. 괘씸하다. 오는 10일부터 내 땅 진입로를 막아 일반차량이나 농기계만 출입시키고 대형 트럭은 못 지나가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대해 진로 측은 개인 사유지가 진입로에 포함 돼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하루 수 십대 대형 트럭이 드나들다 보니 도로가 대부분이 파손돼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는데다 일부 주민은 재산권 침해까지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차례 진로 측에 도로 재포장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여기에 왜 땅을 샀냐', '본사 법무팀과 이야기하라'는 등 나 몰라라 식 대응에 "대기업 횡포"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현재 진로공장 인근에는 마을 주민 10가구, 교회, 요양원, 기도원 등이 위치해 있다. 인근에 사는 주민 B씨는 "하루 대형 운송 차량 수백 대가 이곳을 통과한다. 그러다 보니 도로가 많이 훼손돼 차량이 지날 때마다 소음과 먼지가 많이 발생해 생활에 지장이 많다, 또 큰 차량이 지나다니니 위험하고 이동도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진로가 토지를 매입해 진입로 확장 도로 공사를 20년 넘게 진행하면서 인근 토지주 땅이 맹지로 전락했다. 기본적으로 도로 준공 후 청주시에 기부채납 돼 청주시로 관리 권한이 넘어와야 한다. 하지만 공사 지연으로 이 절차가 수십 년 째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 C씨는 "도로 공사 준공이 되지 않아 인근 토지 대부분이 맹지가 됐다. 건축·개발 행위를 하려고 해도 진로 측에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한다. 구청에 문의해도 진로 사유지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몇 년 째 재산상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하이트진로음료 청주공장 전경 /김명년
하이트진로음료 청주공장 전경 /김명년

이에 대해 진로 측은 "개인 사유지가 진입로에 포함돼 있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올해 회사 측에서도 예산을 편성해 도로를 새롭게 정비할 계획이다. 토지주와는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직접 만나 조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로 확장 공사 준공이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1995년 공장 이전 당시 회사 재정 상황도 나빴고 토지주들과 이견차로 아직까지 진입로 전 구간 토지를 매입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사가 완료된 부분이라도 단계적 준공을 관계기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토지주들을 설득해 토지를 매입하고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상당구청 관계자는 "진로 진입로 확장 공사는 하나의 사업으로 1994년에 이미 허가가 난 상황이라 변동은 어렵다. 현재 일부 농어촌도로 구간이 시공이 안 된 상태로 전 구간 공사가 완료되어야지만 준공 승인이 날 수 있다. 지난해 진로 측 공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고 승인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하이트진로음료는 하이트진로그룹 자회사다. 지난 40여년간 먹는 샘물 '석수', '퓨리스'를 비롯해 '블랙보리', '토닉워터' 등 음료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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