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취임사에서 이민청 설치를 제시하여 관심을 끌었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장관이라 취임사 내용에 논쟁이 있었지만, 이민청 문제에 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2006년 참여정부 때부터 국정과제로 검토된 바 있었고, 이민 인구가 200만을 상회하면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민청은 각 부처에 분리되어 있는 이민 관련 업무를 통합,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다. 현재 외국인 체류관리는 법무부가, 다문화가족은 여성가족부가, 교육복지는 교육부가 맡고 있다.

이민은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로 인구 위기에 직면한 한국사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대책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사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다. 정부가 국가 돌봄 체계를 강화하고 정년을 연장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민 소득이 늘고 여성의 학력이 높아질수록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선진국의 인구 감소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를 간과하고 한 자녀 정책을 추진했던 중국은 심각한 인구절벽의 기로에 서 있다. 이민은 인구위기에 대한 단기적 해법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대만, 독일 등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국가들이 이민청을 설치하고 적극적인 이민대책을 추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이 2015년 시리아난민 100만 명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린 것은 인도적 차원이 컸지만 인구 문제도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 혁신플랫폼을 창출하는 초대형기업의 공통점은 이민자들이 세운 회사라는 점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민 자체가 모험이기에 이들이 기업 혁신에 더 도전적이며 국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1940년대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던 유태인 출신 과학자들에 의해 미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게 단적인 예이고, 최근 모더나 백신개발에 성공하여 의약계의 주목을 끌었던 독일의 바이오엔테크 설립자도 터키계 이민 출신이었다. 이민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회복지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치경제학자 마우로 기엔(Mauro. Juillen)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과 유럽의 경우 고령화로 인한 일자리 부족을 이민이 대체하고 있으며, 이들이 내는 세금이 복지혜택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통계를 통해 주장한다. 가정육아나 요양보호사 등의 돌봄 케어와 농촌의 단순노동을 외국인들이 대체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인구노령화가 초래하는 어려움을 이민을 통해 해결하는 대안을 국제연합은 대체이주(Replacement migration)라 명명했는데, 한국도 이 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왔다. 인구절벽에 대한 단기적인 대안으로서 이민정책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려면 우선 인구소멸로 고심하는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할 필요가 있고, 이민자녀들이 정착할 수 있는 친화적 교육생태계를 조성해주는 일이 시급하다. 외국인들을 대하는 우리의 정서도 변해야 한다. 단일민족의 신화는 100년 전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민족감정이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고 있는 오늘날 '인종이 아닌 인류의 차원'에서 우리가 처한 인구절벽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에 입각해 포용력 있는 정신으로 나아갈 때 한국의 미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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