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노태영 작가·라이프코치

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주말이라 평소보다 사람들로 붐비는 가운데, 계산대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계산원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어디서 말을 짧게 해.어른한테 누가 그렇게 하라고 배웠어.어디서 감히..

상황을 보아하니 사소한 말꼬리를 잡으며 오히려 점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듯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점원의 얼굴은 다소 상기된 듯 보였으나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라며 차분하게 응대했다.그러자 어르신은 더 큰 소리로 저거 봐.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해. 이거 안 되겠네. 사무실 가서 말해야지라며 당장이라도 책임자를 소환하고 난리 칠 것 같은 분위기였다.선생님.제가 잘못 말씀드린 거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계산원의 거듭된 사과에 어르신은 계산한 물건들을 챙겨 구시렁 구시렁거리며 마트를 빠져나갔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필자는 어린 점원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하루 종일 서서 쉴 새 없이 바코드를 찍고 고객을 응대하는 계산원에게 사소한 감정을 드러내고,나이가 어리다고 함부로 말하는 어르신.정말 어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 채널에서 20~30대에게 어른이란 뭘까요? 라는 질문을 던져봤더니,자기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나를 포기할 줄 아는 사람,존중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참을 줄 아는 사람,지혜로운 사람 등 여러 의견들이 있었지만, 핵심은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이 아니라는 얘기다.

나 역시 동감한다. 무엇보다 감정을 잘 다루며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말에 공감하는 자세가 성숙한 어른 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흔히 나이가 들면 감정이 메말라진다고 하는데, 이는 뇌의 노화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뇌가 줄고, 그중에서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가장 먼저 줄어들어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뇌는 쓰면 단련되기에 적극적인 뇌 활동을 통해 뇌 건강은 물론 풍부하고 유연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령화 시대에 감정 나이는 중요하다. 신체 나이는 빠르게 올라가는데, 감정 나이는 따라가지도 못하고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어른이 아니라 노인일 뿐이다. 쉽게 화내고 삐지고 상대를 폄훼하다가는 결국 외톨이가 되고 만다.

노태영 작가·라이프코치
노태영 작가·라이프코치

한 금융 연구소가 파악한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요즘 시대 어른상에 눈길이 간다.새로운 뭔가를 배우며 도전을 멈추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주저 없이 소통하며,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잊고 눈높이를 현재에 맞추는 것, 바로 액티브 시니어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한다. 쓸쓸한 노후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신체 나이가 아닌 감정의 나이로 행동하고 젊은 세대에게 본을 보여 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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