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교사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수업 노하우가 있다. 읽기 자료 분량이 많은 국어책을 소리 내어 읽기 싫어하는 남학생들을 유혹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것은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한 미끼투척이다. 박하사탕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알싸하고 달콤한 향기를 무기로 사용하기로 했다. 맞춤법에 맞는 띄어 읽기와 연음법칙에 맞춰 천천히 정확하게 한 페이지를 다 읽은 학생 입안에 쏙 넣어주는 것이다. 별 것도 아닌 사탕 한 알에 학생들은 놀라울 정도로 집중한다. 읽다가 틀리면 다음 학생으로 바톤이 넘어가기 때문에 틀리지 않으려 적극적으로 읽는 계기가 되었다. 그 보상으로 사탕을 먹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수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난 박하사탕 선생님이란 별칭을 갖게 되었다.

가끔 졸업생들의 안부 인사를 받는다."얼마 전 사탕을 먹다 문득 선생님과 함께 했던 국어시간이 생각났어요. 덕분에 사춘기 시절 책읽기에 집중 할 수 있었고 오랫동안 선생님을 기억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후배들을 가르쳐 주시면 정말 좋은 수업이 될 것 같아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교사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간결하고 명료하게 학습자가 잘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여 공부하는 재미를 주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한 나라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한 해 30만 명 이상이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하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오기위해 토픽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20대 학생들이지만 유치원생들을 가르치듯 수업을 해야 했다. 가장 쉽고 재미있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 했다.

처음 접근방법으로 한글을 노래로 가르쳤다.'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 가나라 가나라 아주 가나∼ 나나니 다려도 못 노나니∼아니리 아니리 아니 노네∼'칠판에 대장금 가사를 쓰고 음원을 들려주었다. 학생들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이 반짝였다. 한류문화 전파에 큰 역할을 한 노래를 함께 부르며 통문자를 익힐 수 있었다. 수업 시작 전 집중을 위한 박수치기로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박수로 호흡을 맞추었다. 그들이 다니는 연태대학! 하고 선창을 하면 짝짝짝 짝짝! 박수를 치며 흥겨워했다. 색종이로 바지. 저고리를 접고, 한복패션쇼 영상을 보여주며 우리 곡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윷놀이를 통해 도. 개. 걸. 윷. 모. 자연스레 한국의 전통 문화 속으로 들어갔다. 조별로 김밥 만들기 대회를 열어 창의적인 맛과 멋을 뽐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경영 수필가<br>
이경영 수필가

중국 산동성 옌타이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문화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게 있는 달란트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가지고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으니 이 또한 큰 자부심이다. 학교 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천혜의 옌타이 따쉐. 구불구불 소나무 숲길이 피톤치드 향기를 무한으로 선물해 주는 캠퍼스가 그립다. 앵두가 자두 만하게 열리고, 스승과 제자의 자리가 분명한 열심히 공부하는 성실하고 예의바른 학생들이 있는 곳이다. 비록 유창한 읽기로 박하사탕 수업은 불가능하지만 그곳이 나를 부르면 두고 온 그리움을 향해 기꺼이 달려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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