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청주 일부 아파트 경비원, 입주민 눈치에 미설치
있어도 "잘 안 틀게돼" 고충 토로… 당국은 '뒷짐'

폭염이 이어진 27일 청주시 청원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경비원이 선풍기와 부채로 더위를 달래며 근무를 하고 있다. /김명년
폭염이 이어진 27일 청주시 청원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경비원이 선풍기와 부채로 더위를 달래며 근무를 하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경비실이 뜨거워 앉아 있질 못합니다."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더위가 시작되자, 3평 남짓한 아파트 경비실은 찜통이라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뜨거웠다.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간 27일 청주시 청원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A(68)씨가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쫓았다. 바로 옆에선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실제 이날 오후 2시께 경비실 실내온도는 32도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런 더위에도 A씨는 순찰과 분리수거, 환경미화 등 하루업무를 빠짐없이 처리해야 한다.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층이지만, 무더위에도 외부활동은 필수적이다.

A씨는 오전 분리수거와 잡초뽑기를 하고 이미 녹초가 돼 있었다. "작년에 에어컨 설치 제안을 했으나 추가 전기요금과 기타사정 때문에 안됐다"며 "한시만 넘어도 내부 온도가 높아져 경비실에 못 있는다"고 말했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더라도 경비원들의 여름나기가 고된 것은 마찬가지다.

폭염이 이어진 27일 청주시 청원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경비원이 선풍기와 부채로 더위를 달래며 근무를 하고 있다. /김명년
폭염이 이어진 27일 청주시 청원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경비원이 선풍기와 부채로 더위를 달래며 근무를 하고 있다. /김명년

인근 아파트 경비원인 B(75)씨는 "에어컨은 있지만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눈치가 보여 잘 안틀게 된다"고 털어놨다.

모충동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C(70)씨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게 경비실"이라며 "냉·난방이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에어컨 설치 등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놓는 대안은 열사병 예방을 위한 기본수칙이다.

폭염특보 발령 시 1시간 주기로 10~15분 휴식해야 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해 무더위 시간에는 옥외작업을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비원들은 제대로 된 휴식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는 휴게시설 설치 등을 명시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일(8월 18일)이 남았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반면 인근 대전시는 5개 자치구에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 여부를 전수조사해 내달 말까지 결과를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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