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잃은 수몰민들 아픔 품고 관광도시로 변모

청평사로 향하는 유람선이 운행 중인 소양강댐 선착장. /김진선
청평사로 향하는 유람선이 운행 중인 소양강댐 선착장. /김진선

[중부매일 신동빈·김진선 기자] 우리나라 대표 수변도시인 강원 춘천시는 호(湖)를 활용한 관광상품이 도시의 자랑이다.

1973년 준공된 소양강댐은 건설 이후 꾸준히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양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시작으로 물문화관, 유람선 투어, 청평사 관람으로 이어지는 짜임새 있는 관광코스는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서도 관광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28일,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를 만큼 뜨거운 햇살이 쏟아졌지만 소양호 관광의 시작지점인 소양강댐 물문화관 주변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소양호의 탄생배경과 수몰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물문화관은 추억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수몰 이주민 송영희(70·여)씨는 아들 손을 꼭 붙잡고, 물문화관을 둘러봤다.

소양강댐 물문화관을 둘러보고 있는 송영희씨. /김진선
소양강댐 물문화관을 둘러보고 있는 송영희씨. /김진선

송씨는 "이곳에 와보니 젊었을 적 살았던 우리 마을이 마을사람들이 그린 지도, 모형으로 잘 기록돼 보존되고 있다"며 "아들에게 여기가 엄마가 뛰어놀던 곳, 우리집이 있던 위치 등을 설명해 주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춘천이 소양강댐과 의암댐 등으로 관광도시로 발전한 만큼, 우리에게 수몰의 역사는 더 이상 아픔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대청댐 물문화관도 수몰민들을 위한 기억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곳은 문의면 수몰민들에게 그리움의 공간이자 고통의 공간이다. 문의면 주민들은 수몰 직후 청남대가 들어서면서, 각종 개발사업 추진에 제한이 걸렸다.

소양강댐 물문화관을 나와 200여 m를 걸어 내려오면, 대청댐과는 달리 유람선 선착장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1시간마다 출발하는 이 유람선은 4㎞ 거리에 떨어진 청평사 선착장을 향한다. 시간은 약 15분 소요된다. 소양호와 지역 사찰을 연계한 관광코스다. 선착장에 내리면 허기를 달래줄 음식점과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대청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식당거리를 지나 15분 정도 더 걸으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청평사를 마주한다.

청평사는 육로를 통해서도 올 수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소양강댐 앞에서 배를 타고 이곳을 찾는다. '호수를 건너 사찰을 찾는다'는 감성적인 측면이 관광객들의 이목을 끄는 이유다.

소양강댐 전망대에서 바라본 소양호 모습. /김진선
소양강댐 전망대에서 바라본 소양호 모습. /김진선

충북 역시 대청호에 유람선을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상수원보호구역에 묶인 탓에 사업추진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기유람선을 만들자는 의견 등이 나오고 있지만, 환경오염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법 취지상 모두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청남대의 경우 육로를 통한 방문은 차량이용이 제한되는 특성상 예약제로 운영된다. 미리 예약하지 않은 관광객들은 청남대 입구에서 차를 돌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또 청남대길 전체도 카페영업이 불가해 갈증과 허기를 달래려면 10여 ㎞ 떨어진 문의면소재지까지 나와야 한다. 뛰어난 관광자원이 접근성 등의 문제 등으로 그 가치를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지역 내에서 수없이 제기된 문제다.

청평사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음식점 모습. /김진선
청평사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음식점 모습. /김진선

이와 달리 소양호는 유람선을 타고 나오면 먹거리촌이 존재한다. 상수원보호구역 바로 아래부터 위치한 닭갈비 음식거리와 전국 명물이 된 감자빵 카페 등 다양한 먹거리가 손님을 유혹한다. 유명 음식점들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3시가 넘어서도 대기표를 끊고 기다려야 할 정도다.

소양호와 대청호가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있다.

'소양호 상수원 보호구역 평가자료'에 따르면 소양강댐 춘천지역 상수원보호구역은 58만7천700㎡(59㏊)에 불과하다. 위치 역시 소양강댐 바로 아래부터 소양취수장이 있는 세월교까지다. 길이는 2.5㎞, 폭은 200m다. 이에 반해 대청호 청주시만 해도 94㎢(9천400㏊)가 넘는다. 두 호수를 기준으로 단순비교를 하면 청주시와 춘천시의 상수원보호구역의 크기 차이가 160배에 달하는 셈이다.

소양강댐 전망대에서 바라본 소양호 모습. /김진선
소양강댐 전망대에서 바라본 소양호 모습. /김진선

소양호는 레고랜드가 들어선 춘천 의암호에 밀리며 지역 대표관광지 자리를 내준 상태다. 그러나 전국에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소양호는 춘천에서 꼭 들려야할 관광지로 꼽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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