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최초 붉은 벽돌 서양식 건물… 기독교 순례코스 기대

[중부매일 이지효·김명년 기자] 미래 꿈나무를 양성하는 교육기관, 지금은 어느 곳에 가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근대교육의 산실인 학교 시설 중 교육사적 가치와 역사·문화적 보존 가치를 지닌 곳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근대에 지어진 학교 중 현재까지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으나 이들 학교의 대부분은 1960년대 이전 기록이 잘 보존돼 있지 않고 교사도 대부분 1970년에서 1980년에 철거되거나 개축돼 개교 당시 원형이 남아있는 학교는 많지 않다. 중부매일은 근대 학교 설립 초기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거나 근대식 교육건축 중 교육사적 의미와 문화적·건축적으로 보존 가치가 큰 교육시설 10곳을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청주 일신학원 안에 위치한 양관 모습 /김명년
 로위 기념관. /김명년

빨간 벽돌과 기와지붕으로 동·서양이 절충된 파격적 양식으로 지어진 청주의 최초 서양식 건물로 청주시 상당구 탑동에 위치한 '양관'.

1904년 파란눈에 노란 머리칼을 가진 미국인 민노아(F.S. Miller) 선교사는 이역만리 떨어진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충북 청주에 도착해 본격적인 선교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민노아 선교사는 청주에서 5만 5천여평의 부지를 매입하고 1906년부터 1932년까지 '양관'이라 부르는 선교사 사택과 학교, 병원, 성경학교 시설을 위한 관사를 건축했다. 116년전 빨간 벽돌과 기와지붕으로 지어진 양관은 당시 시민들에게는 본적없는 새로운 건물이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선교사역 시작과 함께 교육사업도 동시에 시작했다.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청주 일신학원 안에 위치한 양관 모습 /김명년
1906년에 가장 먼저 지어진 제4호 양관 포사이드 기념관.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133-4호로 천산(백두산)의 소나무를 사와 지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명년

청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양관'은 현재 6개가 남아있는데 6개 중 4개는 청주의 사립 미션스쿨 일신학원(일신여중·일신여고) 안에 위치하고 있고 2개는 학교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이 6개의 양관은 지어진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건축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수리와 리모델링으로 조금의 변화는 있지만 1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900년대 지어진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6개의 양관중 1906년에 가장 먼저 지어진 제4호 양관 포사이드 기념관은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133-4호로 천산(백두산)의 소나무를 사와 지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일신여고 이은진 목사는 "2015년 양관 1호 건물 보수공사를 하면서 출발지 '평양'이란 탁송전표가 발견됐다"며 "116년전 건물이지만 입식 부엌, 수세식 화장실, 벽난로 등을 갖춘 건물로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민노아 선교사가 이 양관을 지을때 비가 억수같이 왔었는데 '주의 말씀 듣고서 준행하는 자는 반석 위에 터 닦고 집을 지음 같아 비가오고 물나며 바람 부딪쳐도 반석위에 세운집 무너지지 않네 잘짓고 잘짓세 만세 반석 위에다 우리집 잘 짓세'라는 가사로 '주의 말씀 듣고서'라는 찬송가도 만들어냈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이 건물의 초석으로 사용한 화강석이다.

그 화강석은 청주읍성 안에 있었던 감옥소를 해체하면서 나온 돌로 박해당하던 선교사들이 투옥됐던 것을 생각하며 순교의 피흘림의 현장을 밟으며 청주 선교의 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전해진다.

이 포사이드 기념관은 현재 충북기독교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민노아 선교사가 사용했던 책상, 여행가방과 1899년 6월에 만들어진 난로 등을 볼 수 있다.

민노아 선교사가 사용하던 주물형 난로. /김명년

특히 민노아 선교사가 살던 관사 앞뜰에 충북선교사묘역이 조성됐는데 민노아 선교사가 그곳에 안장돼 있다.

이 목사는 "민노아 목사는 '내가 사랑하는 땅 청주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이곳에 묻혔다"고 밝혔다.

민노아 선교사 흉상. /이지효
민노아 선교사 흉상. /이지효

1911년에 지어진 제3호 양관 민노아 기념관은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133-3호로 민노아 선교사와 가족들이 살던 집으로 건물 앞에는 식수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했던 우물이 있다. 현재는 일신여중 교목실과 상담실로 쓰이고 있다.

당시 교육사업과 함께 의료사업도 펼쳤다. 미국의 던컨 부인이 병원 건축을 위해 7천달러를 기부해 1912년 완성된 이곳은 제6호 양관으로 선교사들은 던컨 기념병원으로 불렀으나 청주 시민들은 소민병원으로 불렀다. 이곳은 청주의 최초의 현대식 병원이었으며 지금은 일신여고 동아리실로 사용되고 있다.

제5호 양관 로위 기념관은 소민병원 직원들과 선교사 가족들의 사택으로 사용됐다. 이곳은 현재 일신여고 교목실과 상담실로 사용되고 있다.

학교 밖에 위치한 제1호 양관 솔타우 기념관은 솔타우(소열도) 목사가 거주했던 건물이었는데 1988년 개인에게 팔려 유일하게 개인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양관 건물중 가장 늦은 1932년에 지어진 제2호 양관 펄 디 기념관은 선교활동을 하다 장티푸스로 순직한 펄디(부례선) 목사를 추모하기 위해 건립됐다. 현재는 청주성서신학원이 사용하고 있으며 충북노회 사무실로 쓰고 있다. 이곳은 영화 덕혜옹주, 대장 김창수, 오늘의 탐정 등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 목사는 "기념관 명칭은 건축비 부담자, 건축목적, 비교적 오래 살던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며 "문화재 호수도 지어진 시기에 따라 붙여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지금은 헐리고 없지만 건물 옆으로 성서학원으로 통하는 구름다리가 있어 청주의 명물이기도 했다"며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양편으로 조성된 아카시아 나무가 웅장해 매년 5월이면 아카시아 꽃내음이 진동해 청주에도 봄이 왔음을 알리는 상징의 동산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충북도 유형문화재 133호인 양관은 현재 청주를 비롯해 서울, 대구, 부산, 광주, 전주, 인천, 공주, 안동을 연계한 기독교 유적지 순례코스로 개발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유적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움직임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곳에 대한 관리가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김종서 일신여고 교장은 "학교에서 교육적인 용도로 바꿔 사용하다보니 원형 유지를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포사이드 기념관의 경우 수세식 화장실과 벽난로도 있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교장은 "기독교 단체들이 이곳을 순례지로 방문할때면 기쁘면서도 좀 더 많은 볼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문화재이다보니 함부로 손댈수도 없는 상황으로 현재 충북도에 보수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가장 먼저 지어진 기독교역사기념관에는 아직 자료가 빈약하다"며 "기독교와 관련된 더 많은 자료와 민노아 선교사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 기독교가 충북지역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대중속에서 더 연구되고 발전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6호 양관 던컨 기념관의 전면 보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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