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려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1636년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항복문서를 쓴 것을 보고 통곡하면서 '풍악문답'이란 책을 썼던 청음 김상헌 선생은 무능한 나라꼴을 보고 그렇게 절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하지만 나라 안팎이 하 수상(何 殊常)하니 민심도 싱숭생숭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를 꾸리기 위한 비대위 체제에 돌입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국 순회경선이 한창이다. 여(與)도, 야(野)도 '너 죽고 나 살자'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새 정부 국무위원 중 처음으로 낙마했다. 지난 5월 26일 지명된 지 74일만이다.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김인철 교육부총리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벌써 4번째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의 낙마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교육백년지계를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고, 교육정책이 갈지(之)자 행보를 보여서는 안되기에 그러하다.

요즘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많지 않다. 'X구멍'이 찢어지도록 못 먹고 못 사는 이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쌀이 없어 시래기나 거친 풀떼기로 연명하니 '뒷문'이 고장 날 수밖에 없던 보릿고개를 아는 젊은이도 거의 없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잘 가르쳐야 공부도 잘한다. 시래기죽을 먹고, 까칠한 보리밥을 먹어도 눈물이 나지 않지만 못 가르치면 피눈물이 나기 마련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안 먹고 안 입어도 자식들의 교육비에는 허리가 휠 정도로 쏟아붓어야 하는 세상이다. 그야말로 교육도 쩐(錢)이 있어야 하는 시대다.

그래서 교육부 장관이 바뀌면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내 자식을 출세시킬 수 있는 길을 내놓기를 기대하는 게 우리네 학부모들이다. '될성부른 그럴듯한 정책'으로 포장해 툭 던져놓으면 콩글리시가 잉글리시로 변하리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만 5세 입학' 학제 개편안을 불쑥 내밀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간'을 보는 것이 어찌 교육대계를 책임지는 장관이 할 일이란 말인가. 교육정책이란 삿갓 쓰고 도포 입고 민심 속으로 암행(暗行)이라도 거쳐본 후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인륜지대사'다.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나인문 대전세종본부장

윤석열호(號)의 성공은 모든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 결실은 인사 참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면 안 되는 이유다. 문제의 해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말로만 소통을 외칠 게 아니라 국민의 뜻을 섬기기 위해 몸을 낮춰야 한다. 이미 낮췄다면 더 낮춰야 한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했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전리품 잔치처럼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인사를 그르치거나 학연·혈연·지연 등 정실에 눈 먼 인사가 반복된다면, 올바른 국정을 기대할 수 없다. 민심을 거스르는 인사는 국민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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