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와 자치단체가 '식물위원회'나 다름없는 유명무실한 위원회에 대한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하니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능이 중복되거나 운영 실적이 저조한 위원회, 여건 변화에 따라 존속할 필요성이 없어진 위원회를 정비하는 일이야말로 빠를수록 좋다.

세종시의 경우 지난 한 해 243개 위원회에 속한 위원 4천875명에게 지급한 수당만 12억6천793만원에 달한다고 하니 시민의 귀중한 세금이 문드러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명칭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위원회에 너무많은 예산을 투입할 정도로 자치단체의 곳간이 넉넉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정부도 무늬만 위원회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위원회 존속기한을 5년 이내로 제한하는 일몰제를 도입한다고 하니 이참에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왕이면 운영실적이 부진한 식물위원회는 과감히 폐지하고, 꼭 필요한 위원회는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명문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위원회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이나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빠를수록 좋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살을 빼고 구조조정에 나섰는데 대통령·총리·정부 소속 위원회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때 530개였던 위원회가 박근혜 정부(558개)와 문재인 정부(631개)를 거치면서 외려 늘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더욱이 전국 17개 시·도에 속한 위원회까지 따져보면 그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하니 누구를 위한 위원회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중 1년에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위원회가 태반이라고 하니 기가막힐 따름이다.

더욱이 무슨 일을 하는지 조차 모르는 위원회도 수두룩하다고 하니 이 나라가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회의수당, 참석수당, 교통비까지 꼬박꼬박 지급했다고 하니, 세금만 축내는 들러리 위원회나 식물위원회는 한시라도 빨리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회의 참석 및 심의수당도 위원회 별로 제각각이고, 교통수당을 지급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심의수당조차 지급하지 않는 위원회도 있다고 하니 각종 수당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한두 번 위원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고 포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책임 면피용으로 위원회가 전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각종 위원회를 기능과 실제 활동 여부를 중심으로 새롭게 정비해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본래의 기능은 살리되, 경비는 절감하는 '고효율·저비용' 구조로 확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나 자치단체 모두 실질적인 구조조정과 합리적인 정비가 이뤄지도록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하등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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