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이달 말 최종 발표… 공무원 노조 7.4% 인상 요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지난 2년 실질소득 감소분을 반영해 내년 임금 7.4%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박상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지난 2년 실질소득 감소분을 반영해 내년 임금 7.4%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박상철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1%대로 묶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 사회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취지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는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로 1.7∼2.9%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이를 검토해 이달 말 내놓을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최종 인상 폭을 발표할 방침이다.

그동안 기재부는 권고안보다 낮은 수준에서 인상률을 결정해왔다. 지난해 인사처는 2022년 보수 인상률로 1.9∼2.2%를 권고했지만 올해 공무원 월급은 1.4%만 인상됐다. 이번에도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1%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10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공무원 노동조합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10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공무원 노동조합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공무원 인력 감축 저지 및 임금인상 쟁취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홍국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10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공무원 노동조합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공무원 인력 감축 저지 및 임금인상 쟁취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홍국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023년 공무원 임금 7.4%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7.4%는 기재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의 내년도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 2.7%에 최근 2년간 실질임금 감소분 4.7%를 합한 수치다. 실질임금 감소분은 보수인상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빼 산출했다.

이들은 "2007년 대비 최저임금은 3.9배, 300인 이상 사업장 협약임금 역시도 2.1배 오르는 동안 공무원 임금은 고작 1.5배 인상에 그쳤다"며 "9급 1호봉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역전되는 일이 벌어졌고 300인 이상 사업장과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2020년 현재 민간근로자(상용근로자 100인 사업체 사무관리직) 대비 전체 3개 직종(일반·경찰·교원) 공무원 보수는 90.5% 수준"이라며 "특히 일반직 공무원 경우 82.8%밖에 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의 월급 명세서를 올린 한 공무원 글도 눈길을 끌었다. 주사보(7급) 직급 3호봉이라는 이 공무원 4월분 세전 급여는 약 255만원 정도로 세금과 4대 보험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199만8천원에 그쳤다. 올해 최저시급 9천160원의 월 209시간 환산 금액 191만4천44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9급과 8급 공무원은 호봉이 낮으면 월급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셈이다.

최근 5년간 공무원 임금 평균 인상률은 1.9%다. ▷2018년 2.6% ▷2019년 1.8% ▷2020년 2.8% ▷2021년 0.9% ▷2022년 1.4% 올랐다.

지난 2007년부터 공무원임금 인상률 및 최저임금 비교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
지난 2007년부터 공무원임금 인상률 및 최저임금 비교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


청주시에 근무하는 10년차 한 공무원은 "기재부는 기초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7·8·9급 직원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인상률을 정하고 있다. 2~3년 어렵게 공부해 임용됐지만 월급명세서를 보면 허탈감이 몰려온다. '상후하박' 윗사람에게는 후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박하다 뜻인데 그만큼 하위직 공무원 임금은 너무 열악하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공무원 월급이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이유로 물가 상승률에 비해 인상률이 너무 인색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입 공무원 이직 및 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 힘들게 시험에 합격했지만 박봉에 인센티브 없이 과중한 업무를 떠맡는 상황에서 공무원 기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씁쓸해했다.

홍국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 청주시지부장은 "지난 2년간 공무원 임금은 2.3% 올랐지만 같은 기간 최저임금과 소비자물가는 10% 넘게 올랐다. 현재 9급 1호봉이 168만원 받는다. 수당을 합친다 하더라도 200만원 언저리다. 여기에 세금에 연금까지 떼면 실질적으로 200만원이 채 안 된다.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공무원보수위원회를 열어 임금 인상률을 기재부에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 같이 강제성이 없다보니 한 번도 제대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지난 2년간 일선 공무원들은 코로나19 방역 등 일선 현장에서 헌신하고 희생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물가 상승률 만큼 임금 인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한해 퇴직한 공무원 4만4천명 중 임용 5년차 이하 신규공무원이 25%에 해당하는 1만 명을 차지했다. 또 지난 5년간 공무상 사망자 341명 중 113명이 과로로 사망했고, 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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