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나라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려면 재정적 뒷받침이 넉넉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은 세금을 낸다. 우리나라 헌법 제38조는 납세의 의무를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세금은 달갑지 않다. 오죽하면 국민은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국가가 걷어 간다고 했겠는가. 이러니 우리가 내는 세금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이길 바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어렵사리 교육부장관을 임명하였고 지난 2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여기서 교육부는 유·초·중등과 대학 교육 간 투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일부를 대학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회는 정부 요청 예산안보다 늘려서 607조7000억 원을 최종적으로 의결했다. 올해의 교육교부금 규모는 81.3조에 이른다. 이렇게 교육교부금이 늘어나는 데에는 내국세의 20.79%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교육교부금에 할당했기 때문이다. 내국세가 증가하면 할수록 교육교부금은 자동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넘쳐나는 재정에 대한 마땅한 사용처를 찾지 못하여 남아돌게 되고, 방만한 운용을 한다며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은 경쟁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여 부를 창출해야 하는 나라다. 그러므로 교육에 넉넉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유·초·중등은 재정이 넘쳐나고 14년째 등록금을 동결하고 있는 대학의 교육환경은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다.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며 회원국이 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부 총지출 중 교육 분야 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불균형이 큼을 알 수 있다. 초·중등학교는 OECD 평균이 7.8%인데 한국은 10.3%이다. 반면에 대학은 OECD 평균이 2.9%인데 한국은 2.8%로 적다. 대학의 경우 한국의 정부재원 비율은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고 민간재원 비율은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므로 학부모의 부담은 큰데 대학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꼴인 것이다. 대학 재정은 목이 마르다 못해 타들어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사립을 막론하고 총장협의회든 교수협의회든 관련 토론회나 공청회만 열리면 어김없이 거론되는 것이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대학에 대한 등록금동결을 여야가 쌍수를 들어 주장하고 심지어는 역대 정부가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모든 대학평가에서 제외하거나 불이익을 준다고 압박을 가하여 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결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의 과밀 강좌 수는 늘어나고 연구비는 축소되고 직접적인 실험실습비가 쪼그라들어 국내총생산(GDP) 순위 10위를 넘나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인재부족국가가 되었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에 무작정 다른 것을 떼어내어 대학에 쏟아 부으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하기에 늘어나는 교육교부금을 대학에 투입하여 정부의 재정 지출의 효율을 높이고 인재육성을 가속화 하자는 것이다. 교육교부금제도는 인구팽창기인 1972년에 도입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인구감소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이 뻔하다. 그런데도 교육교부금은 초·중등교육에만 사용되도록 하고 있어서 고등교육분야의 지원에는 사용되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가 교육교부금의 일부를 대학에 투자하겠다고 한 것은 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다만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학에 대한 재정투입을 과감하게 실현해야 한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인재에 달려있음을 인식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이제는 세금을 제대로 써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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